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잘 관람할 수 있을까? 인류 문명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세계적인 유물들을 바라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박물관(museum)은 본래 문학과 예술을 관장하는 그리스 여신 뮤즈(muse)가 머무는 곳이라고 하지 않은가. 그곳에서 영감과 감동을 받는다면, 우리는 이미 인류 역사의 명품들을 충분히 올바로 감상한 것이다.
박물관에서 감동을 받으려면 굳이 소위 말하는 교양 지식을 갖고 갈 필요는 없다. 우리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것을 보면 된다. 이번 대영박물관 대구전의 주제가 "살아 있는 신화"이니 신(神)을 숭배하는 다양한 모습을 눈여겨보면 어떨까.
대영박물관 대구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눈"이다. 유물의 크기가 작아 자칫 지나칠 수도 있지만, 기원전 3500~3300여 년 전쯤 만들어진 메소포타미아 시대의 장식물 "눈의 우상"은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왜 이들은 유난히 눈을 강조한 것일까? 눈은 이 지역에서 발견된 인류문명의 최초 문자인 수메르 쐐기문자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
눈은 우리의 감각기관 중에서 가장 이성적인 기관으로 여겨진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판단할 수 있는 기관이 눈인데 어찌 그렇지 않겠는가. 눈이 없으면 우리는 세상을 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사물을 판별하지도 못한다. 눈은 이성과 인식의 기관이다. 이성이 신의 선물이라면, 신의 빛을 받아들이는 눈은 그 자체로 신성한 것이다.
다양하고 기이한 모습의 눈의 우상들 옆에는 기원전 2500년경의 수메르 여인상이 경건하게 서있다. 이 여인상은 이 시대 사원에 세워졌던 전형적인 형상으로서 신 앞에서 기도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가슴 앞에 손 깍지를 다소곳이 끼고 있는 모습에서 숭배와 겸손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면, 유난히 "큰 눈"은 신에 대한 두려움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 번 눈에 끌리다 보면, 수많은 모습의 눈들이 우리를 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은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한결같이 경건하고 신성한 느낌을 준다. 수메르 여인상의 눈과 가장 대비가 잘 되는 것은 어쩌면 파키스탄 스와트에서 출토된 부처의 얼굴상일 것이다. 살며시 눈을 감고 내면을 바라보는 것 같은 부처의 모습과 숭고한 신을 바라보는 수메르 여인의 눈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유물들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눈"만 눈여겨보아도, 우리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 눈이 스스로 말하지 않는가?
이진우/계명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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