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행복하다. 집 밖을 나서 10분쯤 걸으면 산이 있는 동네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 아침 청량한 참새소리를 친구 삼아 산행을 하는 것도 삭막한 도시생활에서 얻는 큰 행복이다.
대개는 운동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산에 오른다. 그러나 사소한 세상일로 마음이 답답할 때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빠른 걸음으로 산을 오를 때도 있다. 그때마다 늘 오랜 벗처럼 정이 든 산중턱 그루터기를 찾는다.
자연 속 그 자리에 앉아 있노라면 어느새 선한 사람이 된 듯한 나 자신을 본다. 그래서 대자연은 우리의 어머니라고 했던가. 자연은 나를 가르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를 나무라지도 않는다. 다만 나를 조용히 지켜보며 포용할 따름이다.
산에서 내려다보는 도시는 언제나 야릇한 정감을 전한다. 곧 저 도시 속으로 들어가 다시 번잡한 생활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면, 지금 흙을 딛고 서 있는 이 순간이 정말 행복하게 느껴진다.
경제학에는 자연에 대한 가치이론이 있다. 자연이 주는 혜택과 자연을 개발함으로써 얻는 소득을 비교하여 자연의 보존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서구적 합리성이 얼마나 물질적이고 과학적인지를 잘 보여준다.
이제 우리 사회도 우리 학문도 이러한 합리성에 물이 들어 자연과 하늘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최고선으로 여기던 동양적 예의와 도덕이 많이 사라졌다. 나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인간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믿는다.
구태여 노자의 '도덕경'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자연을 잘 알았다. 자연은 개발의 대상이 아니라 배움과 고마움의 대상이라는 것을 체득했던 것이다.
자연은 거짓이 없다. 순수하다. 산, 물, 하늘, 별, 바람, 꽃, 곤충에서 우리는 우리의 본 모습을 찾아 느낀다. 그래서 위대한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고 우리는 그들에게서 삶을 배운다. 사람이 사는 것은 대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것이다. 사람은 욕심을 버리고 자연과 하늘의 뜻을 따를 때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이다.
박환재(대구가톨릭대 경제통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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