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8, 19일 양일간 부산 전시컨벤션센터(BEXCO)와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하나의 공동체를 향한 도전과 변화'라는 주제하에 무역 자유화, 인간 및 에너지 안보, 문화 간 이해증진 등 의제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진다. 각국의 이해가 얽혀 있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드러날 쟁점들과 전망을 2회에 걸쳐 알아본다.
18일 부산에서 열리는 제1차 APEC 정상회의는 '무역자유화의 진전'이라는 의제 아래 진행된다.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 대한 APEC 차원의 기여방안과 '보고르 목표'(선진국은 2010년까지, 개발도상국은 2020년까지 무역·투자 자유화를 달성하기로 했던 APEC 정상회의의 합의) 달성 노력, 지역무역협정(RTA) 및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 경제기술협력과 경제양극화 해소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회의가 곳곳에서 암초에 부닥치고 있는 '자유무역확대'라는 의제에 새로운 추진력을 불어넣을지 세계적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10월 27일 영국 런던에서 열렸던 EU(유럽연합) 25개국 정상회의는 자유무역 확대를 바탕으로 성장을 추구하려는 영국, 스웨덴 등과 보호무역체제 아래서 복지의 비중을 두려는 독일, 프랑스의 정책이 충돌, 회담 성격이 '공식 정상회담'에서 '비공식 담화' 수준으로 격하됐기 때문이다.
아메리카대륙 34개국 정상들이 모인 제4차 미주 정상회담(11월 4, 5일·아르헨티나)도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창설과 관련된 아무런 합의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미국, 멕시코를 비롯해 FTAA 창설에 적극적인 29개국이 '지역 내 자유무역으로 미주지역을 번영시키자'고 설득에 나섰지만 베네수엘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5개국은 미국의 농업보조금 등을 이유로 FTAA 협의에 반대했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등이 속해 있는 APEC은 세계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6%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 APEC 회원국들이 DDA 협상과 관련한 성명을 채택할 경우 WTO 체제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 무역 자유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이번 APEC 정상회의에서는 오는 12월 제6차 WTO 각료회의(홍콩)를 앞두고 WTO DDA 협상이 실질적인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APEC 차원에서 기여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협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또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이 모두 참여하는 만큼, 우리나라의 최대 통상현안으로서 이들 나라와 추진되고 있는 FTA 협상과 관련한 진전된 합의나 실마리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국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과는 FTA 협상이 타결됐거나 급속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 상태. 하지만 미·중·일 등 주요국들과는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으로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는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 여부가, 일본과는 일본산 농수산물의 관세인하가 FTA 협상 진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과는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김치파동'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김치파동과 같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검사·검역에 관한 한·중 고위급 협의체(가칭)'를 출범시키기로 하고, 구체적인 구성과 출범시기 등을 APEC 정상회의 기간에 최종 협의를 거쳐 확정지을 계획이다. 연내 FTA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세안 주요국 정상들과도 APEC 기간에 협상을 벌여 교역상품에 대한 무관세율 확대 등 남은 쟁점에 대한 해결을 시도할 방침이다.
정상회의 첫날에는 또 'APEC 기업인자문회의(ABAC)와의 대화'가 열려 역내 주요 기업인들이 제시하는 구체적 건의안을 듣는 한편 WTO DDA 협상 진전과 보고르 목표 달성 등 주요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과의 대화 시간도 마련되어 있다.
정부 관계자는 "APEC 정상회의 기간에는 정상 간 공식회담 외에도 관련국 간 양자회담이 활발하게 전개될 것"이라며 "어려움이 적지 않지만 역내 무역자유화의 진전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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