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이 계곡물에 아름답게 비치는 가을이로구나. 가을이 되면 모든 것이 맑게만 보이네.
옛날 어느 작은 암자에 노 선사와 청년 스님이 함께 도를 닦고 있었대. 청년 스님은 노 선사의 가르침을 받아 열심히 공부를 하였다는구나.
어느 가을날, 선사는 청년 스님에게 말하였대.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니 바람도 쐴 겸 개울가에서 밥을 지어 부처님께 공양하도록 하자. 네가 먼저 가서 솥을 걸어두어라."
"네."
선사의 분부를 받은 청년 스님은 개울가에 가서 돌멩이 세 개를 모아놓고, 그 위에 솥을 걸었대. 그리고는 선사에게 달려와 돌멩이 셋을 모아놓고 그 위에 솥을 얹어 준비를 해 놓고 왔다고 아뢰었지.
그러자 선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대.
"그래, 수고했다. 어디 다시 가서 고칠 점이 없는지 한번 더 살펴보고 오너라."
청년 스님은 이 말을 듣고 다시 냇가로 달려갔대.
'아, 돌멩이만 모아놓고 솥을 거니 바람에 불기운이 흩어지기 쉽구나.'
이렇게 생각한 청년 스님은 불기운이 흩어지지 않도록 돌멩이와 돌멩이 사이를 흙으로 메웠지.
일을 마친 청년 스님은 다시 달려와 선사님께 고하였대. 그래도 선사님은 다시 가보라는 것이었어.
"어디 더 고칠 점은 없는지 한번 더 살펴보거라."
이 말을 들은 청년 스님은 다시 달려가서 이번에는 굴뚝을 만들었대. 굴뚝을 만들어야 불이 잘 들어갈 것 같아서였지.
그래도 선사님은 더 고칠 점은 없는지 또 가보라고 하였대. 청년 스님은 다시 달려가 골똘히 생각한 끝에 부엌 바닥의 흙을 긁어내었대. 그래야만 잉걸불이 많이 모일 것 같았기 때문이었지.
청년 스님은 다시 선사님께 달려가 자초지종을 아뢰었어.
"그래도 어디 한번 더 가보아라."
그때마다 선사님은 또 고칠 점이 없는지 생각해 보라며 무려 아홉 번이나 되돌려 보냈대.
"그래, 모든 일에는 정성을 기울여야 해."
청년 스님은 그럴 때마다 웃으면서 달려가 고치고 또 고쳐서 마침내는 웬만한 집 부엌보다 더 훌륭하게 솥을 걸고, 바람을 막을 수 있도록 담까지 쌓았대. 그리고 부처님을 모실 좌대도 만들고 식탁까지 만들었대.
아홉 번이나 일을 시킨 다음에야 솥을 보러 온 선사님은 그 청년 스님을 칭찬하며 말했대.
"그래, 잘했다. 너는 정성을 다해 아홉 번이나 솥을 고쳐 걸었다. 참고 잘 해내었다는 상으로 너에게 구정(九鼎)이라는 법명을 내리겠노라."
이리하여 이 청년 스님은 '아홉 솥'이라는 뜻을 가진 구정 선사로 불리게 되었대.
노 선사는 왜 청년 스님에게 아홉 번이나 솥을 다시 걸게 했을 것 같니?
그리고 이 청년 스님으로부터 배울 점은 또 무엇이라고 생각하니?
심후섭(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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