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희망편지-단판 승부와 가족

대입 수능시험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입시생이나 그 학부모가 아닌 입장에서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례행사로 보이지만 수험생이나 그 학부모에겐 지금만큼 절박하고 간절한 시기도 없다. 흔히 하는 내기나 승부에서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꼭 세 판이라는 삼세판의 묘미를 더할 수도 있지만 수능시험은 그야말로 단판 승부다. 수시모집이 아무리 확대됐다고 해도 아직은 수능시험 점수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정시모집으로 대학 진학을 꿈꾸는 수험생이 다수이고 수시모집에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적용하는 대학도 적잖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대학입시 제도의 큰 폐단 가운데 하나로 이런 단판 승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일리있는 말이다. 한 번의 실수, 순간의 착각으로 그동안 쌓아온 공부가 한꺼번에 무너진다면 그 참담함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더 참담한 것은 이런 단판 승부가 한 번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수험생들은 수능 이후 또다시 논술이나 심층면접 같은 대학별 고사를 준비해야 한다. 이 역시 단판 승부다. 잘못 치렀다고, 마음에 안 든다고 처음부터 다시 기회를 달라고 할 수 없다. 재도전의 기회는 일 년 뒤에나 있을 뿐이다.

단판 승부라는 입장에서 보면 더욱 딱한 것은 2008학년도 이후 수험생이다. 내신 성적의 비중이 커짐에 따라 학교 시험 한 번 한 번이 모두 승부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시험을 망쳐도 다음 시험에 만회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시험을 한 번 망쳤을 때 느끼는 좌절감은 고교 3년 동안 치르는 열두 번의 시험 가운데 한 번 실패라는 단순 계산으로는 결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학생들은 이미 끊임없이 계속되는 삶의 승부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이민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을 간다고 그 승부가 끝나지 않을 바에야 일찍부터 단판 승부에 강해지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 삶을 왜 이렇게 끝없는 단판 승부로 만들었냐고 하소연할 데조차 없다면 승자가 되는 길을 찾아내는 것이 삶을 생산적으로 만드는 방법이다.

수능시험이라는 단판 승부에 강해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알려져 있다. 가령 언어영역은 지문을 정확하게 읽어야 한다든가, 첫 시간의 난이도나 결과에 집착하지 말라거나, 수험장에 갈 때는 오답노트를 챙기라거나 하는 것들이다. 대부분은 빼먹어선 안 될 중요한 내용들이지만 문제는 정작 수험생들에게 추상적으로 들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이야기라도 현실감을 느낄 만한 것은 몇 없다는 수험생들도 많다.

입시전문가들에게 이런 내용을 물었더니 그들의 대답은 의외였다. 현 시점에서 단판 승부의 결과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가족이라는 것이었다. 수험생들이 부담감을 얼마나 떨치고 심리적 안정을 갖느냐가 승부의 관건이라면, 이를 도와줄 역할로 가족만큼 훌륭한 이들은 없다는 얘기였다. 아울러 가족들이 얼마나 현명한 자세를 취하느냐에 따라 결과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수험생을 둔 가정이나, 단판 승부의 세계에 발을 들이민 고교생을 둔 가정이라면 곰곰이 씹어볼 화두가 될 것 같다.

김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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