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4일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정원장인 임동원·신건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석 달 넘게 진행된 '안기부·국정원' 도청 수사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 수사에서 두 전 원장이 불법감청의 최고 책임자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사법처리 수위가 결정됨에 따라 남은 관심은 'X파일'로 알려진 안기부 도청 테이프 내용과 국정원 도청문건 유출 경위 수사로 쏠리게 됐다.
△삼성 불법자금 의혹 'X파일' 초미 관심사=검찰이 두 전 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도청 행위 자체에 대한 수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수사의 다른 한 축이었던 도청 내용 수사가 이젠 핵심 관심거리가 됐다. 이른바 X파일로 알려진 안기부 도청 테이프에는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과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여야 대선 후보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방안을 논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검찰은 홍 전 대사가 출석하면 참여연대의 고발 내용을 토대로 삼성이 1997년 여야 대선 후보 측에 불법 자금을 제공하는 과정에 '전달책' 역할을 했는지, 그해 추석을 앞두고 전·현직 검사들에게 삼성의 '떡값'을 돌렸는지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홍 전 대사 조사 이후 이건희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도청 문건 유출=검찰에 남겨진 또 다른 과제는 국정원 도청 문건의 외부 유출 경위를 밝히는 일이다. 2002년 9∼11월 사이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과 김영일 전 의원 등이 유력 정치인이나 경제계 인사 등의 전화통화 내용이 담긴 국정원의 '도청 문건'을 공개한 것과 관련, 이 문건들이 어떤 경로로 외부에 유출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홍 전 대사가 검찰 간부들에게 추석 떡값을 전달했다는 '떡값 검사' 의혹과 의혹 선상에 오른 전·현직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관련 고발 사건, 미림팀의 도청 내용을 처음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에 대한 처리 여부도 관심사다.
또 국정원이 조직적·계획적으로 생산해낸 도청 정보가 과연 국정원 정보라인 내에서만 보고됐는지, 정권 실세로 통하는 외부 고위 정치인에 보고되지는 않았는지 등도 남은 수사에서 밝혀내야 할 과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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