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秋억' 무주 적상산 산정호수/안국사

11월 중순, 늦가을에 찾는 적상산은 정감 있다. 온통 색색의 물감을 풀어놓은 듯했던 단풍이 지난 대신 이젠 쌓여가는 낙엽이 정취를 더한다. 겨울로 접어들기 전 마지막 가을을 배웅하기에 최적인 곳이다. 그렇다고 마냥 황량하기만 한 것도 아니다. 차분한 낭만을 즐기기에도 괜찮다.

적상산은 게으른 산행객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발품을 팔지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안국사 바로 앞 해발 1천m까지 도로가 개설되어 있다. 그러고 보니 드라이브를 즐기며 가을을 보내기에도 좋다. 길은 무주양수발전소의 건설과 함께 산정호수까지 오르는 도로. 꼬불꼬불 이어지는 도로는 위험하다 싶을 정도로 휘어져 올라간다. 10여 분 올라가면 산허리를 가로막은 댐이 보인다. 이런 산꼭대기에 웬 댐일까 싶다. 규모도 제법 크다. 이 댐은 해발 850m에 조성된 인공호수다. 산 아래쪽의 무주호에서 물을 끌어올려 전기를 만들어낸다. 지금은 물이 많이 빠진 상태. 호수에 물이 가득 차면 또 다른 운치를 만들어낸다.

호수를 빙 둘러가며 도로가 나 있다. 도로의 끝은 전망대. 양수발전기(조압수조) 위에 만들어진 전망대에 오르면 인근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멀리 덕유산과 조항산 등을 비롯해 아래쪽의 무주호와 무주시내까지 뚜렷하다. 호수 쪽으로 눈을 돌리면 방금 올라온 꼬부랑길이 산허리를 감싸고 있다. 오르내리는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힘겨워 보인다.

적상호 바로 위쪽에 적상산 사고(史庫)가 있다. 조선왕조실록과 왕실의 족보를 보관하던 곳이다. 1910년 일본에 의해 사고가 폐지될 때까지 300여 년간 국가의 귀중한 국사를 보존했던 우리나라 5대 사고 중 하나였다. 호수에서 사고를 지나 1㎞를 오르면 안국사다.

안국사는 이 사고를 관리하던 승병들이 거처했던 사찰. 아래쪽은 적상산성이 둘러싸고 있다. 작은 돌로 가슴높이까지 성을 쌓고 그 위에 큰 돌을 덮었다. 낙엽이 수북하게 쌓인 산성 주변을 서성대기만 해도 가을이 가는구나 실감할 수 있다.

극락전 왼쪽에 있는 성보박물관도 들러봐야 할 곳이다. 보물 제1267호로 지정된 영산회상괘불탱 외에도 세계 각국의 불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찾아가는 길=대구 화원IC에서 88고속도로를 타고 함양까지 간 후 대전-진주간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가는 방법이 제일 편하다. 덕유산IC까지 1시간 30분 걸린다. 덕유산IC를 나와 바로 좌회전하면 무주리조트로 가는 19번 도로다. 갈림길마다 이정표가 있다. 승용차로 10여 분 달리면 삼거리. 49번도로를 따라 우회전한다. 여기서 다시 5분 정도 가면 하조네거리. 직진하면 무주리조트고 좌회전하면 적상산, 안국사 방향이다. 이 네거리서 무주리조트까지는 7, 8분 걸린다. 적상산, 안국사 입구까지는 좌회전해서 7.2㎞다.

▶맛집=무주리조트 입구의 전주낙원한식 식당의 우거지해장국이 먹을 만하다. 6천 원. 사골 국물에다 우거지를 듬뿍 넣어 맵싸하면서도 시원한 맛을 낸다. 무주군청 앞 관광정보센터에서는 무주읍내에 있는 금강식당(063-322-0979)의 어죽을 추천한다. 허름해 보이는 집이지만 향토음식인 어죽 맛은 기가 막히다. 자가미라는 고기의 내장을 빼고 손질한 후 푹 삶은 국물에 쌀을 넣고 끓여낸다. 고추장을 풀고 수제비도 떠 넣은 후 여러 양념을 넣었다. 어죽은 담백하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안국사 아래쪽의 적상산성. 낙엽이 깔려 가을을 배웅하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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