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통신이 발달되기 전에 편지와 부고 등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우체국이 이젠 농산물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변해 농가소득 증대에 큰 몫을 하고 있다. 근래 들어 농민들이 우체국 택배를 이용, 농산물을 파는 게 일상화하면서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청도반시' 출하가 한창인 청도에서는 요즘 우체국을 통해 하루 10kg들이 4천∼5천여 상자, 4.5t트럭 13대 분량이 전국 소비자에게로 팔려나가고 있다. 이 때문에 우체국의 일상 업무가 마비될 지경에 이르면서 우체국장을 비롯해 집배원까지 총동원돼 밤늦도록 야근을 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우체국 가족들은 지역의 특산물을 소비자에게 싼값으로 공급하면서, 농가소득과 우편수입을 동시에 올릴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생각에 흥이 절로 난다.
청도지역 우체국은 지난해 6월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등기·소포 취급 실적이 연간 목표치의 33% 수준에도 못 미쳐 경북의 31개 총괄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었으나 올 들면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전국 생산량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감과 18%인 복숭아를 비롯해 웰빙 열풍으로 인기가 높은 '한재 미나리' '운문산 토마토' 등을 계절별 전략 상품으로 선정, 출하시기에 맞춰 출향인사 6천여 명을 대상으로 배달홍보 활동을 벌인 결과 연말 판매실적이 전년도보다 2억3천400만 원이나 늘었고, 올 10월 말 기준 20억 원의 판매고에 우편수입 실적만 4억5천536만 원을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국가기관인 우체국이 민간영역을 침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민간택배업체들이 반발하기도 했으나 농민들에게 늘 가까이 있다는 점 때문에 끊임없는 사랑을 받고 있다.
청도우체국 김성한 국장은 "직거래 판매로 중간마진의 거품을 제거하고 '당일 접수, 당일 발송'으로 농산물의 신선도 유지에 신경 쓴 것이 우체국 택배를 정착시키는 원동력이 됐다"며 "신뢰를 바탕으로 우체국이 지역 농산물 물류센터로 확고한 자리를 구축할 수 있도록 땀흘린 직원에게는 팀별, 개인별 업무실적 마일리지제를 도입해 평가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청도·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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