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순찰차 언제 옵니까"

지구대 늑장출동 불만 폭증

"신고한 지가 언젠데 아직 순찰차가 안 옵니까?" "차가 없습니다. 다른 사건 처리가 끝나는 대로 곧 보내드리겠습니다."

경찰이 지난 2003년 파출소를 없애고 여러 개의 파출소를 묶어 운영하는 순찰지구대 제도의 정착 여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구대 제도시행 이후 관할 구역이 넓어지더라도 경찰력은 그대로이기 때문. 따라서 늑장출동으로 인한 민원이 폭주하고 치안에 대한 불만 및 주민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민불만=15일 문을 연 대구성서경찰서 본리지구대와 성서지구대. 대구에서는 가장 많은 하루 최다 60~70건씩 112 신고가 잇따르는 두 지구대는 '사람'과 '차'가 모자라 늘 출동 지연 민원을 겪고 있다.

성서지구대 경우 관할면적 15㎢에 대구에서 가장 많은 치안 인구(17만 명)를 맡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에다 원룸, 빌라가 밀집됐고 신흥상권까지 속속 만들어지면서 치안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달서구 신당동의 한 식당 상인(45)은 "신고를 해도 순찰차가 늦게 온다는 불만이 많다"며 "새 유흥가가 형성돼 항상 '사건'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경찰이 잘 오지 않는다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25만 명이 사는 동네치안을 맡고 있는 두 지구대 경찰은 131명뿐. 관리인원을 빼고, 비번근무자까지 제외하면 25만 명의 안전을 고작 40여 명의 경찰관들이 책임지는 셈. 엄청난 면적(20㎢)이지만 순찰차도 10대뿐.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경찰도 파김치"라며 "일이 고되다 보니 성서지역 지구대 근무를 안하려고 한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경찰청은 지난 2003년 10월 파출소 3~5개를 묶은 뒤 지구대로 통합, 3교대 근무를 실시했다.

하지만 인구가 새로 유입되면서 관할구역이 늘어나는 신도시는 현재 지구대 인원 만으론 신고 사건을 일일이 처리할 여력이 없다.

성서경찰서의 지구대는 단 3개에 불과하고 경찰은 189명. 달서경찰서 대 성서경찰서의 치안수요는 3대 7 수준이나 지구대 인원은 152명 대 189명으로 37명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찰청 관계자는 "치안 수요가 많은 곳에 인력을 더 줘야 하나 사정이 그렇지 못해 실제 이동가능한 인원은 얼마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개선 움직임=경찰청은 지구대의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지난달 경찰청에 대한 국정감사 결과, 지구대 제도 시행 이후 살인·강절도 등 5대 범죄 검거율이 84.7%에서 76.1%로 낮아졌고 112 순찰차 출동 시간도 2배가량 더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 지난달 관할구역이 크게 넓어진 농어촌지역에서부터 치안공동화 현상이 발생한다고 판단, 충남·충북 일부 지구대를 파출소로 복원했다. 하지만 치안 공동화 문제는 더 이상 농촌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여론이다.

성서경찰서는 "성서공단 삼성상용차 뒷부지는 공업, 상업, 주거지역이 섞여 있고 다양하고 새로운 치안수요가 발생하는 곳으로 파출소나 2개 파출소 규모의 소지구대 운용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경찰청 역시 지구대 개선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파출소가 사라지고 도입된 지구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관할구역은 넓어지고 신고는 쏟아져 제때 대응이 어려워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것. 사람과 순찰차 부족으로 '중노동'에 시달리는 달서구 한 지구대원들이 민원을 처리하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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