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철 2호선 개통 한달-성적표는 어떠할까

지하철 수송분담률 6% '기대 이하'

대구 지하철 2호선이 개통한지 18일로 한 달을 맞는다. 결과는 '실망반, 기대반'. 예상 만큼 승객이 늘어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교통혁명'과 '역세권 개발'이라는 희망을 남겨두고 있다. 성숙한 시민의식과 안전사고 예방도 대구 지하철이 풀어야 할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승객, 아직은= 대구지하철공사에 따르면 지난 달 18일 개통이후 이달 15일까지 29일간 1, 2호선 하루 평균 승객은 26만7천570명. 1호선은 16만1천755명으로 2호선 개통이전보다 1만5천~2만 명이 늘었고, 2호선은 하루 평균 10만5천815명이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버스·택시 승객 및 자가용 운전자 상당수가 지하철로 교통수단을 갈아 타면서 3.4% 수준이던 지하철 수송분담률이 6%까지 올라갔지만 이 같은 결과는 당초 대구지하철건설본부가 전망한 하루 평균 43만 명, 수송분담률 9.5%와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

그러나 2호선 승객 숫자는 내년초나 돼야 구체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지하철 환승요금을 무료화하는 버스준공영제가 내년 2월쯤 선을 보이고 죽곡, 다사를 시작으로 대단위 아파트 입주가 2호선 주변에 몰려들면 지하철 교통혁명이 2단계에 돌입한다는 것.

배상민 대구지하철공사 사장은 "서울, 부산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최소 2년은 지나야 2호선 승객이 정상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승객을 늘리기 위해 버스준공영제 시점에 맞춰 지하철과 타 교통수단의 환승센터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권 변화=역세권은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16일 반월당역 메트로센터 한 생활용품 상가. 입구부터 줄을 이은 손님들이 끊임없이 몰려 들고 있었다. 주변 상인들에 따르면 2호선 개통과 함께 '대박'을 터뜨린 대표적 가게. 요즘 반월당에는 1천 원에서 2천 원이면 못 사는게 없는 '초저가 편의점'이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반월당네거리에서 계산동 방향 상가들은 아직 입점조차 하지 않은 점포들로 가득했다. 같은 반월당 역세권인데도 양극화 현상이 뚜렸해지고 있는 것.

부동산 관계자들은 "분양은 100% 끝났지만 임대가 나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유동 인구가 급증해 잠재 손님이 늘어난 것은 확실하지만 '역세권 특수'라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사고 연발=13일 오후 8시 25분쯤 2호선 고산역 엘리베이터. 여성 2명이 20분간 이 곳에 갇혀 공포에 떨었다. 도어 스위치 접점 불량. 2호선 신매역, 감삼역, 계명대역, 고산역에서는 한 달 새 4번의 엘리베이터 사고가 발생해 시민 9명이 20분~25분간 엘리베이터에 갇히는 사고가 잇따랐다.

12일 오후 5시 3분쯤에는 2호선 반월당역에서 한 70대 노인이 에스컬레이터에서 넘어져 타박상을 입었다. 한 달새 발생한 에스컬레이터 사고는 모두 15건으로 70, 80대가 대부분이다. 공사 관계자는 "2호선은 에스컬레이터가 많아 내심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역무원 구조조정으로 순찰 인원이 모자라 안전 요원을 배치할 여력이 없다는 것. 현재로서는 노인 승객들이 손잡이를 꼭 잡으라는 안내 표지판을 잘 따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시민들도 바뀌어야=12일 오후 8시 14분. 2호선 경대병원역에서 범어역 방향 전동차에 올라탔던 승객들은 1분 남짓 터널 속에 갇혀 옴짝달싹 못했다. 30대 여성이 범어역 승강장에 달아놓은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면서 전동차가 갑자기 멈춰선 것.

2호선은 1호선 중앙로역 방화 참사같은 대형사고에 대비, 전국에서 처음으로 26개역 모두에 승강장 비상정지버튼(역당 8개)을 달았다. 대형사고땐 승객들이 먼저 전동차를 세워 사고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취지. 하지만 시민의식이 뒤따르지 못해 단 한 달 만에 벌써 9차례나 '늑대소년'이 잇따랐다. 범어역 관계자들은 "범어역 한 곳에서만 이달 들어 세 번째"라며 "함부로 누르면 곤란하다는 대형 경고문까지 새로 달았다"고 말했다. 대구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범인'을 찾아내 경고조치 했다"며 "늑대소년의 우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성숙한 시민의식을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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