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짝퉁시대] '짝퉁' 판매 현장을 가봤더니…

대구 동성로 한 '짝퉁' 전문매장. 들어서자마자 샤넬, 구찌, 루이뷔통 등 '명품'의 짝퉁 가방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A급 짝퉁들인지 디자인이나 색감 등이 명품과 별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 이곳의 제품들은 옷을 비롯해 벨트, 구두, 가방, 키홀더 등 다양하다.

매장 직원 이모(27'여)씨는 "A급 짝퉁의 경우 명품을 파는 백화점 직원들조차 잘 구분하지 못 한다"라고 했다. 8년 동안 꾸준히 이곳에서 장사를 한 덕분에 주로 단골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상당수 20대 여성들이 주 고객이라지만 50대 주부들도 심심찮게 찾는단다.

이씨는 "보통 손님들이 명품을 하나 사고 구색을 갖추기 위해 짝퉁을 사는 경향이 있다"라고 귀띔했다. 길을 가다 가방들이 마음에 들어 찾았다는 신모(28'여)씨는 "짝퉁이든 아니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 단지 디자인이 세련되고 고급스러워 들렀다"라고 말했다.

가격은 A급인만큼 그리 싼 편은 아니었다. 샤넬 가방의 경우 10만~20만 원, 루이뷔통 가방은 3만~15만 원, 구찌 가방은 7만~15만 원이었고 구두는 6만~7만 원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이씨는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100만 원을 훌쩍 넘기는 명품 구찌 가방이나 40만~50만 원하는 명품 구두에 비하면 무척 싼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요즘은 손님들이 주로 큰 가방이나 크로스 가방 등 캐주얼풍을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동성로 남성의류 전문매장. 이곳은 일반적인 상표의 의류를 팔면서 벨트나 지갑, 신발 등은 짝퉁으로 구비해 놓았다. 주인은 "남자들은 가방이나 신발, 넥타이를 살 때 짝퉁을 산다"라고 했다. 과거에 비해 남자들도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서 짝퉁을 찾는 손님이 점차로 늘고 있다는 것. 그러면서 주인은 "몇 년 전 한창 짝퉁 열풍이 불 때는 30대 중반 남자들도 많이 들렀는데 지금은 거의 10대 후반이나 20대 남자들이 주로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짝퉁을 애용한다는 박모(24'여)씨는 "시내 곳곳을 잘 찾아보면 옷이나 가방, 구두는 물론이고 하물며 속옷까지도 짝퉁이 있다"라고 했다.

동성로 악세사리 전문점에도 짝퉁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제이 에스티나'나 '디올', '샤넬' 같은 고급 귀걸이 짝퉁들이 일반 악세사리에 섞여 팔리고 있었다. 모양새는 진품과 약간씩 차이가 있었지만 가격은 저렴했다. 10만 원을 호가하는 진품에 비해 짝퉁 악세사리는 기껏해야 2만 원 가량으로 판매가 되고 있었다.

서문시장의 한 상가. 루이비통, 에트로, 구찌, 버버리 등 명품 짝퉁 가방을 비롯해 구두, 옷 등의 명품 '짝퉁'들이 즐비하게 늘어서있다. 하지만 동성로 전문매장 제품에 비해 디자인이 떨어지고 이음새 부분도 매끄럽지 못했다. 구찌 신발이 7만 원이라는 주인은 "만약 산다면 더 깎아준다"라고 말했다. 주인은 "이곳을 자주 찾는 사람들은 소위 '멋쟁이' 아줌마들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교동시장에서도 짝퉁 가게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상가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아줌마가 호객 행위에 열을 열리고 있었다. 아줌마를 따라 도착한 곳은 남성복 짝퉁을 전문적으로 파는 가게. 버버리나 루이뷔통 등 명품 짝퉁 옷들이 빽빽이 진열되어 있었다. 주인은 "재질이 진품과 다를 뿐 디자인이나 색감은 똑같다"라며 사라고 계속 권했다. 가격은 3만~6만 원. 보통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종종 찾는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11월 17일자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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