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 간다는 것은 아름답지만 고통스럽다. 성(性)에 눈을 뜨는 사춘기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영화 '사랑해 말순씨'는 성적인 면만을 부각시키지 않고 개인이 겪는 경험의 의미를 잔잔하게 탐색하고 있다.
주인공 광호는 중학교 1학년생이다. 2차 성징이 급작스럽게 나타나면서 이성에 대한 관심이 커진 광호는 아랫방 누나와의 성적 환상에 빠져 들곤 한다. 때로는 터프 가이가 되어 누나를 괴롭히는 깡패들을 단숨에 처리해 버리는 영웅을 꿈꾼다.
광호는 포르노 잡지의 여자를 훔쳐보는 관음증적인 호기심이 커질수록 비밀과 죄책감도 많이 생긴다. 그런 광호의 은밀한 세계를 위협하는 자가 동네총각 재명이다. 다운증후군인 재명은 몽정으로 젖어버린 광호의 팬티에 대해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닌다. 수면 중 성적인 꿈을 꾸면서 사정하는 것이 몽정이다. 정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생리적인 현상이지만 중학생인 광호에게는 아주 당황스럽다. 광호는 재명에게 큰 약점을 잡혔다고 생각한다. 광호는 평범한 사춘기 소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평범하지 않은 학생도 있다. 어릴 때 불발탄을 갖고 놀다 손가락을 잃은 광호의 친구 태호는 또래들에게 미스터리 같은 존재다. 그는 자신의 길을 찾아가려 애쓸수록 자꾸 궤도에서 이탈되고 일은 꼬이기만 한다. 권위와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태호의 몸부림은 이해받지 못하고 품행불량자로 치부되어 퇴학 당하고 만다. 결국 태호는 이방인이 된다.
평범한 광호와 '불량한' 태호는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있다. 청소년기는 친구관계의 비중이 커진다. 삼삼오오 집단을 이루어 티격태격 갈등도 많이 일으킨다. 남을 이끌기도 하고 남에게 이끌려 가기도 하는 사회관계를 경험하게 된다. 친구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친구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비치고 있는지가 중요 관심사다. 부모나 교사는 아이들의 친구관계를 속속들이 알려고 하거나 통제하려고 한다. 어쩌다가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밤을 지새는 날에는 부모와의 갈등이 폭발하기도 한다.
광호는 엄마에게 의지하면서도 정신적으로 독립을 원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 광호는 엄마에게 불만이 많다. 화장품 외판원인 엄마는 촌스럽고 무식하기 짝이 없다. 엄마의 질펀한 말투와 행동에 짜증부터 난다. 고상한 다른 엄마가 진짜 엄마였으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엄마는 아들 광호 밖에 없다.
얼마 후 엄마는 결핵으로 세상을 떠난다. 사랑하는 엄마의 부재를 온몸으로 느끼게 되면서 광호는 엄마의 진정한 사랑을 체감한다. 자아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너무 큰 대가를 치른다. 광호는 죽은 엄마의 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린다. "엄마 미안해요. 사랑해요 엄마. 사랑해 말순씨."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중학교 3학년이 된 광호는 교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거울 앞에 서 있다. 혼자서 또 다른 시작을 해야 하는 자신의 삶과 미래를 그려보면서 목이 뻐근해지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사춘기 시절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몸부림은 왜 그리 아프고 힘겨웠던지. 광호의 이야기는 지나가 버린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마음과마음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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