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에서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대학교수를 당연퇴직시키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해 법원이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대구지법 민사15부(부장판사 김태경)는 17일 파산선고를 받은 ㄷ대 박모(62) 교수가 낸 위헌심판 제청에 대해 "파산자를 당연퇴직하도록 한 사립학교법 제57조는 직업선택의 자유와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냈다.
헌재가 법원의 위헌 제청을 받아들일 경우 많은 법률에서 파산자에 대한 자격을 박탈하거나 일정한 직업을 가질 수 없도록 돼 있는 조항들이 없어져 인권 개선에 획기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재판부는 이날 결정문에서 "사립학교 교원이 무능력 또는 부정직한 경제행위 때문이 아니라 갑작스런 경기변동 등 불운한 경제적 상황 등의 사유로 파산에 이르게 됐다면 당연퇴직돼야 할 만큼 교원으로서 품위를 손상시켰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파산에 이른 경위와 복권 가능성 등을 완전히 도외시한 채 파산선고를 받으면 무조건 퇴직하도록 규정한 것은 최소 침해의 원칙에 반한다고 덧붙였다. 선진국 경우 파산선고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차별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현익 변호사는 "파산법의 중심 목적은 어떤 지급불능의 채무자가 이전의 빚으로 인한 압박과 낙담으로 제약받지 않고 업무를 정돈하고 채권자와 화해해 삶의 새로운 기회를 가져 보도록 일정한 사법절차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위헌 제청은 큰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박 교수는 지인의 중도금 지급을 위반 대출보증을 섰다가 채권자가 파산을 신청하는 바람에 지난해 8월 파산선고를 받고 해임당하자 소송을 냈다. 현행법상 채무자에 대한 파산 신청은 채권자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최정암기자 jeong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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