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초고층 아파트 시대'가 본격 열렸으나 이들 아파트가 안전사각지대로 방치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기존 고층 아파트엔 제연설비가 사실상 없어 유독가스 배출 기능이 없는 것을 물론, 대형화재 발생 시 고가 사다리차가 12층 이상에는 미칠 수 없어 진화가 쉽지 않기 때문.
△16층의 참사= 17일 저녁 8시50분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한 아파트 16층에서 원인모를 불이 나 시어머니(72)와 며느리(39)가 질식, 숨진 채 발견됐다. 쇼파와 에어컨, 컴퓨터가 타면서 나온 유독가스를 막을 수 없었던 것. 출동한 소방관들에 따르면 불은 발화 6분여만에 꺼졌지만 유독가스가 강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경찰은 "119에 신고를 한 이웃주민은 '불이난 집안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고 진술했다"며"현관문엔 디지털 도어록이 설치돼 있었으며 손자국이 남은 것으로 봐 문을 안에서 열려고 했지만 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재시 디지털 도어록이 정상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 △피해자들이 당황해 문을 열지 못했을 가능성 △피해자들이 발화초기에 질식해 현관문을 열지 못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출동 소방관들은 "밖에서 현관문을 열 수 없어 18층 옥상에서 로프를 타고 베란다에 진입한 뒤 안에서 문을 열었다"고 전했다.
△초고층 아파트의 그늘= 소방본부는 초고층 아파트에 불이 나 큰 불로 번지더라도 현재로서는 대응방법이 전무하다고 했다. 소방서 당 1대씩 고가 사다리차를 갖고 있지만 높이가 45m 내외에 불과, 아파트 12층이 도달 한계라는 것.
소방서 한 관계자는"13층 이상은 로프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30층, 40층이상 주상복합 아파트는 로프를 사용해 진입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라고 걱정했다. 고층아파트가 많은 서울에는 52m 이상 62m까지 고가사다리차만 12대에 이르지만 대구는 50m와 52m 각 1대씩 뿐.
주상 복합아파트는 헬기진입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아파트 옥상은 5인승 등 소형헬기 밖에 착륙하지 못한다. 소방헬기는 최소 7인~28인승 규모의 대형이라 이런 아파트 옥상착륙이 아예 힘든 실정.
△소방장비도 문제= 다른 소방장비도 미비하기는 마찬가지. 16층 이상 아파트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기는 하지만 제연설비는 없다. 이번 사고처럼 불은 막아도 연기나 가스 질식은 막을 수 없는 것. 소화기도 각 세대 별로 설치하도록 하는 의무규정이 없어 초기에 화재를 소화할 수 있는 대응력이 미약하다고 소방 관계자들은 지적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선진국 경우 주거공간 화재안전 문제점 해결을 위해 우리보다 강한 소방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표준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하나 외국에선 조기 반응식 주거전용 스프링클러를 의무화, 화재진압 속도가 훨씬 빠를 뿐만 아니라 펌프 가동 후 제연설비까지 작동한다.
소방 전문가들은"최근의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는 대부분 소방법 기준을 지키지만 소방법 자체에 문제가 많다"며"기준을 강화하거나 철저한 안전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대형화재 때마다 속수무책으로 인명·재산피해를 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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