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전원주택)경주시 내남면 권영미씨 집

"남산은 올라갈 때마다 느낌이 달라 노천 박물관이나 마찬가지지요. 사람들이 순수하고 공기도 좋고 시골에서 자연과 함께 사는 게 너무 좋습니다."

경주가 좋아 대구에서 경주로 옮겨 산 지 20년이 됐다는 권영미(44) 씨. 경주에서도 한옥이 좋아 내남면 노곡 2리에 새 보금자리를 튼 지 2년이 넘었다.

"마을에 10여 가구가 사는데 옛날에 알아주던 학자가 살던 집이라고 하네요. 처음 느낌은 밋밋했지만, 튼튼한 나무 골조가 매력적이었고 집터도 좋아 마음에 들었습니다."

서예, 무용, 도자기, 다도, 자연염색, 옷 만들기까지 한국적인 것이라면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인 그녀는 자신이 사는 집 역시 한국적인 정취가 넘쳐나게 만들었다. 군데군데 훼손된 곳을 손질해 원형을 살리고 새로운 것들을 추가해 완성한 한옥 4채. 텃밭까지 480평 대지에 자리한 모습이 예쁘다는 느낌부터 먼저 들게 했다.

"한옥은 흙집이어서 건강에 좋을 뿐만 아니라 골조만 튼튼하면 변형이 가능해 좋아요."

20평 정도 되는 안채는 그녀가 작업실로 쓰는 공간. 좋은 한지를 벽지로 바르고 등·커튼 등 소품을 직접 만들어 꾸민 방안이 아기자기했다. 원래 불 때던 자리는 주방으로 바꾸어 생활하기 편리하게 만들었다. 격자문양이 아름다운 나무문은 못을 치지 않고 옛날 끼워 맞추기 기법을 이용해 이중문으로 만들었다. 바깥문은 창호지를 바르고 안쪽 문은 유리처럼 보이는 비닐을 끼웠다가 여름에는 모기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만든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그녀는 안채 옆에 시어머니의 공간으로 6평 정도 되게 한 채를 새로 지었다. 역시 6평 정도 되는 아래채는 손님을 맞이하는 다실. 한옥의 멋스러운 나무 굴곡을 잘 느낄 수 있어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란다.

"대들보를 뜯어내고 원래의 서까래를 살려냈어요. 철 문짝을 달아 놓은 것을 떼어내고 정지(부엌) 문짝을 사서 나무로 바꾸고 원래 모습대로 재현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아래채와 일자를 이루는 자리에는 약간 돌을 쌓아 팔각정을 새로 지었다. 침실로 사용하는 공간, 원래 있던 한옥이나 새로 지은 한옥 모두 두드러짐 없이 잘 어울린다. 옛날에 쓰던 농기구, 골동품, 그림, 조각 등으로 꾸며진 집 전체가 전시장을 보는 듯한 느낌. 신발장까지 재미있다. 5만 원 주고 산 아이들 책장을 버리지 않고 놔뒀다가 집을 고치면서 벽장 나무문짝을 뜯어내 책장에 붙이니 겉으로 보기에 전혀 신발장 같지 않은 신발장이 만들어졌다.

"대문이 있는 곳이 외양간이었는데 없애고 문을 약간 돌려냈어요. 없는 뒷문은 터서 정문으로 만들었고요. 풍수지리를 공부한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나비 모양 나무문, 정문 마당에 멋있게 서있는 장승 등 많은 것들이 예술계의 지인들이 만들어 선물해 준 것이란다. 경주 나들이를 오려고 호텔을 예약해 뒀다가도 그녀의 집에서 묵는 지인들이 적잖다고.

"산에서 채취한 국화 차는 눈을 맑게 해줍니다. 30그루 정도 차나무가 있어 녹차도 때가 되면 덖어 만들지요. 쑥 차도 만들고 이런 것들이 모두 염색 재료가 되니 자연은 안 되는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손님을 맞이하며 차 한 잔 준비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그녀. 고무신을 신고 흙 밟고 밭 일 하며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글·김영수기자 stel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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