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다르마 로드 1,2

조병활 지음 / 작은박물관 펴냄

···파키스탄에서 아프가니스탄으로 가기 위해 카이베르 고개에 올랐다. 신라의 고승 혜초 스님이 7일 동안 걸었던 이 길. 구절양장 같은 꼬불꼬불하면서 험한 고개가 이어졌다. 등에는 경전과 식량을 짊어지고, 변변치 않은 신발에 의지한 채 혜초 스님은 이 험한 고개를 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뜨거운 태양, 그리 우호적이지 않았을 산사람들, 육체적인 피로와 괴로움 등 모든 것이 구도승의 몸과 마음을 피곤하게 만들었으리라.그런 상황에서도 스님은 바미얀 대불에 참배하러 그 먼 길을 마다 않고 걸어가지 않았던가.

구불구불한 고갯길에 구법승들의 발자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듯하다. 그들이 흘린 땀이 있었기에 불교는 중앙아시아~중국을 가로질러 해동에 도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르마 로드(진리의 길)'는 불교신문 조병활 기자가 2천500년 전 석가모니가 인도에서 창시한 불교가 실크로드를 따라 중국으로, 다시 한국으로 전해진 길을 좇아 쓴 불교 성지 순례기다.

"한국 불교는 삼국 시대이래 우리나라에 정신적.사상적.문화적으로 큰 영양분을 제공한 '곳간'같은 존재였다."

불교를 통해 삼국은 나라의 이념적 기틀을 마련했고, 불교를 통해 통일신라는 삼국 통합의 사상적.문화적 기반을 갖췄다. 고려는 건국의 실질적 토대를 구축했고 억불의 조선시대 때도 불교는 사상적·문화적 우위를 점했다.

정치의 무대에서는 배척과 핍박의 대상이었지만, 생활 속에서는 중생들의 애환을 어루만지고 고통을 달래주는 어머니 같은 역할을 했던 것이다.

불교가 어떤 길을 통해 우리나라에 전해졌을까. 저자가 124일간 9개국의 250여 개에 이르는 유적지 답사에 오른 첫 번째 이유다. 불교가 전해진 1천700년이 지난 지금 왕오천축국전을 쓴 신라의 혜초 스님과 대당서역기를 남긴 당나라의 현장 스님이 걸었던 그 구도의 길을 따라 나선 것은 한국 불교의 뿌리를 찾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책은 중도 지혜 평등 자비 평화 등을 가르친 위대한 성자의 탄생지 룸비니를 찾아가는 길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여정은 인도 불교의 흥망성쇠가 산치 대탑으로, 사막의 모래를 지켜낸 불탑으로, 투루판 화산염과 베제크릭 석굴에서는 삼장법사와 손오공을 만난다. 전설이 된 아방궁, 문명의 강 황허에서 마이지 산 석굴에 합장을 하고, 한국 불교의 원류를 찾아 평양, 모향산 보현사를 걷고 경주 남산까지 살핀다.

저자는 답사를 통해 인도에서 불교는 왜 쇠퇴했으며, 과거 천여 년간 성세를 자랑했던 중앙아시아 불교는 무엇 때문에 소멸했느냐는 등의 의문의 해답을 찾는다.

이슬람에 탄압받고 칭기즈칸에 의해 파괴되고, 힌두사회에 용해되면서 자연사하고 말았다는 단서를 찾기도 하지만 저자는 그 원인을 8세기 이후 귀족들의 비호에 길들여져 높다란 외벽에 둘러싸인 채 지적 유희에만 빠져 있던 이 지역 불교를 일반 민초들이 등을 돌렸기 때문으로 파악한다.

불교가 되살아나고 있는 중국에서는 한국 불교가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한다. 그는 발로 뛴 불교 원류의 현장을 둘러보며 "출가자나 재가자 모두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이 이 땅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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