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쩨쩨한 남자가 더 잘 살죠"

구미 '왕소금' 윤형배씨

"남들하고 사는 게 똑같다고 생각하니까 스스로 절약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구미에서도 소문난 '짠돌이'인 윤형배(35) 씨. TFT LCD용 유리 전문 생산업체인 삼성코닝정밀유리 구미사업장에서 물류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그를 만나는 순간 '고수'임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젊은 사람이 엄청 아끼고 살면서도 그것이 특별할 것 없다고 생각하니 '정통' 짠돌이가 틀림없다.

그의 짠돌이 정신은 얼마 전 구미사업장에서 열린 '짠돌이 짠순이 콘테스트'에서 여지없이 드러났다. 거래선으로 출하되는 제품의 포장재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아이디어로 연간 약 4천만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안을 내 최우수상을 거머쥔 것.

"외포장 공정을 담당하고 있는데 낭비 요소를 많이 발견하게 됩니다. 중소기업이나 연구소 등으로 판매되는 제품의 포장재를 회수해 재활용하는 건 누구도 신경 쓰지 않더군요."

이외에도 그가 내놓은 각종 제안들로 연간 약 10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 오전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해 하루 업무를 일찍 처리하고 현장을 자주 다니는 그는 앞으로도 더 내놓을 제안들이 무궁무진하다고 한다.

회사의 '아이디어 맨'인 그는 집에서도 '짠순이' 아내와 장단이 척척 잘 맞는다. 요즘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지만, 난방비를 아끼려고 거실만 반쯤 불이 들어오도록 해놓았단다. 물 값을 아끼기 위해 부부가 함께 샤워하는 것은 기본. 물론 물을 낭비하지 않도록 받아놓고 쓴다.

그의 집에는 전화기가 없다. 전화기 값과 요금 등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부부가 커플요금제로 휴대전화를 쓰지만 그의 명의로 '몰아주기'를 해서 통신사의 VIP 고객카드를 받아 영화 보고 식당에서 할인도 받아 연간 10만 원 정도의 혜택을 받고 포인트를 쌓아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월급의 70% 정도를 저축·보험 등으로 넣는 그는 하루에 쓰는 용돈이 거의 없다. 아침·저녁은 집에서 먹고 점심은 회사에서 주니, 이틀에 한번 담배 값 2천100원이 나가는 게 대부분이란다.

회사에 재활용 아이디어를 내놓는 그답게 집에도 중고품이 가득하다. 지난해 결혼한 신혼 살림 자체가 중고품. 결혼 전까지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쓰던 물건들을 그대로 쓰고 아내가 산 TV만 새 것이란다. 삼성그룹 인터넷 망을 통해 계열사 직원 18만 명 정도가 이용할 수 있는 사내 알뜰시장은 그가 중고품을 구입하기 위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곳. 아기를 위한 출산용품도 중고로 구입한 그는 괜찮은 중고 유모차를 2만, 3만 원 정도 주면 살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지금까지 새 차도 산 적 없다. 3번 정도 바꾼 차들이 모두 중고차로 지금은 중고 경유 차를 몰고 있다. "3, 4년 된 차를 구입하면 잔고장이 많고 소모품이 많이 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5년 정도 된 차는 가격도 많이 싸고 관리만 잘 하면 잔고장 없이 쓸만 합니다."

퇴근 후에는 여가생활을 즐기고, 청국장·김치찌개 사먹고 민박하며 아내와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 그는 "불필요하게 새어 나가는 비용은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가정·직장 어디서나 변함 없어 보였다.

◇ 1회용 제품들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면도기가 가장 아깝다. 잘만 다듬으면 1년 동안 써도 시퍼런 날이 서있는데 1회용이라는 단어가 붙어서일까. 대부분은 한 번 쓰면 버리는 1회용 면도기. 1년간 계속 쓸 수 있는 비법이 있다.

-마음가짐: 1회용이라고 한 번만 쓴다면 자원의 낭비이자 경제 생활에 구멍이 뚫린다.

-준비물: 1회용 면도기, 쓰다 남은 은박지, 쓰다 버린 칫솔

우선 한 번이라도 사용한 적이 있는 면도기는 사이사이에 때 및 수염의 잔해가 남아 있으니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 사용한 후 바로 청소해 주는 것이 좋다.

청소가 끝났다면 흐르는 물에 깨끗하게 씻고, 은박지로 슥슥 3번만 날을 갈아주면 무뎌 보이던 날이 날카로워지며, 얼핏 보면 새로 산 면도기 날처럼 시퍼런 칼날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물기를 제거하고, 다음 사용할 때까지 보관을 잘 하면 다음 날도 새 것 같은 면도기를 만날 수 있다.

현재 200원 정도인 1회용 면도기를 1년간 365일 재활용한다면 수익률로는 365배나 되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 또 버릴 경우 폐기하는 비용과 쓰레기 봉투의 한 부분, 운송에 드는 비용까지 적잖은 돈이 들 것이다. 작은 물건도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반드시 재활용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 참고사항: 수염이 유별나게 많은 사람은 10일을 쓰고 나면 면도기 날이 상당히 무디어져 면도 후 수염이 덜 깎이고 쥐어 뜯긴 듯한 현상이 생길 수 있다.

◇ 알고보면 쉬운 '짠돌이 절약테크'

"남자가 쩨쩨하게…."

이런 말은 '짠돌이' 세계에는 통하지 않는다. 언뜻 구질구질해 보인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근검절약은 불황기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덕목이라고 생각하는 짠돌이들이 적잖기 때문.

짠돌이들의 몸에 밴 '절약테크'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자동차 기름을 아끼는 방법은? 작은 나무토막을 활용하면 된다. 나무토막을 자동차 액셀러레이터 위에 부착시키면 아무리 가속을 해도 경제 속도인 시속 80㎞를 넘지 않아 기름도 아끼고 안전속도를 지키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중고차를 싸게 사는 기막힌 방법도 있다. 우선 중고차 시장에 들러 마음에 드는 차를 고른 뒤 시운전을 한다며 가지고 나와 다른 중고차 매장에 들르는 것. 차를 팔겠다고 하면 차의 장단점을 자세히 설명해 주며 차를 좀더 싸게 내놓으라고 한단다. 잘 모르는 차에 대한 정보를 확실히 파악하는 방법. 원래 매장으로 돌아가 파악한 정보를 활용하면 훨씬 싼 가격으로 차를 살 수 있다.

요즘은 휴대전화를 쓰는 이들이 많지만, 그래도 공중전화 낙전을 회수해 주머니 동전을 만들 수 있다. 30원이 남은 공중전화에 70원을 넣으면 100원이 나오는 것. 이런 방법으로 1년에 1천500만 원까지 버는 짠돌이도 있을 정도다.

'공짜'는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기본. 여자친구와 데이트할 때도 백화점이나 할인점 식품매장의 음식 코너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음식들을 시식하면서 배를 채우는 짠돌이들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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