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딸 중 맏이인 이미향(38) 씨 집은 매주 토요일이면 가족들로 북적댄다. 6자매 가족이 모두 모이기 때문. 6자매 중 다섯째와 여섯째는 미혼. 시집간 딸 넷이 모두 딸만 낳아 딸부잣집이다. 외할머니까지 합하면 19명이나 되는 대식구. 이중 여자가 14명이다.
이들은 매주 토요일을 함께 보낸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테마기행을 떠나기도 한다. 알콩달콩 살아가는 재미가 남다르다. 이쯤이면 "딸이 좋다."라고 외칠 만하다. 딸부잣집 이미향씨 대가족이 살아가는 맛난 이야기를 들어본다.
◆매주 모이는 대가족
지난 토요일인 12일, 이날은 이미향 씨의 부모님 댁(대구시 북구 복현2동)에 대식구가 모였다. "6은 왜 내려오지 않았어?" 이씨의 남편이자 맏사위인 서호덕(42) 씨의 호칭이 이상하다. 하긴 이들 여섯 자매들은 함께 모이면 이름을 부르지 않는단다. 편의상 첫째부터 '1, 2, 3, 4, 5, 6'이라는 숫자로 통한다. 특히 홀수'1, 3, 5', 짝수 '2, 4, 6'으로 나누기도 한다. 홀수에 해당하는 딸들은 성격이 활달하고 말이 많은 편이고 짝수의 딸들은 말수가 적고 행동이 느리기 때문. 이날도 막내 딸 순덕(25·고려대 생명공학대학원 1년) 씨는 학기말 시험 때문에 서울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매주 모이지만 항상 즐겁다. 모이면 이내 시끄러워진다. 딸들은 부엌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며 '오순도순' 얘기꽃을 피우고, 사위들은 다음주 테마기행에 대한 계획을 세운다고 '옥신각신'하고, 여섯 손녀는 외할머니에게 붙어 재롱을 피우며 논다고 '와글와글'하다.
무질서한 듯 보였지만 그 나름대로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 여섯 딸을 중심으로 윗사람을 존중하고 아랫사람을 먼저 챙기는 서로에 대한 따뜻한 배려가 숨어 있다. 매주 딸들이 모여 우애있게 지내니 이를 보는 부모는 흐뭇하다.
여섯 딸의 아버지 이응선(66) 씨는 "딸 시집보낼 때마다 부끄러울 정도로 엉엉 울었는데 모두 아들을 데리고 돌아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어머니 유평순(58) 씨도 "여섯 딸 모두 대학을 졸업했는데 지금도 그렇듯 20년 동안 집안에 대학생이 있었다"며 "훌륭하게 자라 든든한 사위를 데려 온 딸들이 장하다"고 맞장구를 쳤다.
◆매달 떠나는 테마기행
여섯 딸 대가족은 매주 모일 뿐 아니라 1개월에 한 번씩 전국 유명 사적지, 관광지를 찾아 테마기행을 떠난다. 첫째 딸이 회장역, 셋째 딸 가족은 회비와 음식준비 등을 담당하는 총무역할을 불평없이 잘 소화해낸다. 덕분에 여행은 항상 즐겁다. 차량도 9인승으로 바꾸었다.
테마여행을 떠나기 시작한 건 10년 전 봄, 맏사위 서호덕 씨가 아내와 나머지 다섯 딸을 데리고 부산시 기장으로 가서 멸치잡는 장면을 보고 미역, 젓갈을 사오고 난 뒤부터다.
이때부터 함께 떠나면 흥겹다는 것을 안 이들 가족은 둘째, 셋째, 넷째 사위가 생기고 자녀들이 태어나도 10년 동안 매달 여행을 계속해왔다. 금강 하구언, 양양 낙산사, 영양 조지훈 생가, 산청 남명 조식 생가 등 전국을 돌며 가족간의 화목을 도모해왔다. 지난해 가을에는 청송 주왕산에서 가족들끼리 보물찾기를 했는데 이를 본 동네 주민들이 너무 재미있다며 합세했다. 주민들은 '보물을 찾았다'며 찾아와 선물을 달라고 생떼를 쓰기도 했다.
이들 가족에겐 크리스마스도 남다르다. 사위 중 1명이 'X맨'을 자처하며 산타로 완벽분장, 각자 부모들이 준비한 선물을 전달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다.
4년 전 만든 카페(cafe.daum.net/happysisters)도 있다. 이름 그대로 '행복한 자매들'이다. 이곳에 가면 추억의 사진도 있고 그때그때 공지사항도 뜬다. 다섯째 미숙(28) 씨는 "언니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미래의 남편이 갖춰야 할 덕목을 알게 됐다"며 "곧 모두 부러워할 만한 다섯째 사위를 데려오겠다"고 했다. 서울에서 전화통화를 통해 이야기를 나눈 막내 딸도 "우리 가족은 '딸이 좋아!'를 실천하고 있는 행복한 대식구"라고 자랑스러워 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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