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경북도청 앞에서는 한 40대 여성 농민의 영결식이 농민단체의 오열 속에 치러졌다. 이 여성은 지난 13일 성주군 벽진면 자신의 집에서 '쌀 개방 안돼'라는 유서를 남기고 음독했다. 농업인의 날인 지난 11일 전남 담양에서도 30대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 15일에는 서울 여의도에서 8개 농민단체 회원 1만여 명이 쌀 협상 반대 시위를 벌이다 58명이 다쳤다. 전농 등 농민단체들은 오는 21일 여의도에서 2차 농민대회를 열고 다음날 전국에서 벼 200만 섬을 불태우는 시위를 예고하고 있다. 쌀 개방에 저항하는 350만 농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것이다.
오늘로 24일째인 민노당 강기갑 의원의 단식은 국민적 우려의 수준에 이르고 있다. 강 의원은 "10년간 수십조 원을 투자했다는데도 왜 농민들은 척박하게 살아가야 하는가. 어떻게 해야 죽어가고 있는 농업을, 농촌을, 농민을 살려낼 수 있을까"라고 절규하고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농심의 처절한 심정이다.
농민들은 올해 정부의 수매 폐지로 그나마 숨통을 틔우던 쌀 농사가 힘들어졌고, 내년부터 수입 쌀이 늘기 시작하면 폐농할 수밖에 없다고 몸부림친다. 당장 비준안 처리 후 22만5천t이 들어온다. 지금 국내산 쌀은 외국산에 비해 5배 비싼 실정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국제 무역 질서와 국제 신인도 차원에서 쌀 협상 비준은 불가피한 입장인 것이다. 이 협상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이보다 더 나쁜 상황인 시장개방(관세화)으로 가야 한다. 협상안(관세화 10년 추가 유예)은 우리가 먼저 상대국들에게 요청한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떻게 농촌을 지속 가능한 공동체로 유지하느냐 하는 고민이다. 정부가 농민 대책으로 쌀 공공 비축 물량 확대, 농가 부채 이자 감면 및 상환 기간 연장을 내놓았지만 근본적 지원은 아니다. 농민 또한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지만 사실 쉽게 떠오르는 묘책은 없다. 그렇다고 농민의 요구를 해묵은 소리라고 일축하는 건 살농(殺農)이나 다를 바 있겠는가.
정부는 농정 불신의 숱한 시행착오를 다시 점검하길 바란다. 우리 농촌은 아직 냉혹한 세계화 시장에는 허약한 체질이지 않은가. APEC에 묻혀 농민들의 온몸 저항을 결코 모른 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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