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방의원 유급화 '잿밥 눈독' 지망생 폭증

연말 때아닌 정치바람이 불고 있다.

그동안 무급 명예직이었던 기초·광역의회 의원이 내년 1월부터 유급직으로 바뀌면 기초는 최고 6천만 원, 광역의원은 최고 8천만 원을 받을 것으로 보이자 너도 나도 준비에 나서고 있기 때문. 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각 기초자치단체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나도 나도= 유급화 소식을 타고 대구에서는 각계 각층의 인사들이 뜨거운 물밑 공천 경쟁에 돌입했다. 정당공천을 받으려면 정치아카데미나 정치대학원에서 눈도장을 찍어야 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 18일 신청 마감된 한나라당 정치대학원의 경우 당초 예상했던 120명보다 훨씬 늘어난 150여 명이 등록했다. 올 3월에 열렸던 한나라당 여성정치 아카데미의 경우 120명 정원이었지만 신청자가 300명을 넘어, 2차례에 걸쳐 아카데미를 열 정도.

매월 당비를 내는 책임당원 신청자도 크게 늘었다. 한나라당 경우 전체 책임당원 1만1천여 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최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은 내년 지방의회 선거 때는 2002년 출마자(1만7천여 명)보다 3배 이상 많은 출마자가 나올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구시당 관계자는 "지방의원 유급화가 국회를 통과한 지난 여름 책임당원 신청요건과 구의원 관련 문의전화가 폭주했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과열분위기가 일자, 경찰은 선거가 6개월 이상 남았는데도 이달부터 선거사범 일제 단속에 이미 돌입했다.

△얼마나 받을까?= 현재 지방의원들은 의정활동비와 회의수당 등으로 연간 1천800만 원(기초의회의원)~2천700여만 원(광역의회 의원)을 받고 있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유급제가 실시되면 기초의원은 5천만∼6천만 원, 광역의원은 7천만∼8천만 원의 4, 5급 2, 3급 공무원 대우를 받게 되는 것.

구체적인 급여수준은 각 지자체들이 의정비 심의위원회를 구성, 이 범위 안에서 지역실정에 맞게 조례를 정하게 된다.

△허리 휘는 지자체= 대구시내 각 구청은 행자부의 시행령 공포가 늦어지면서 재정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초단체가 연간 평균 부담하는 의정활동비와 회기수당 등 의원 인건비는 연간 1억4천400만∼4억1천400만 원 수준.

하지만 내년 1월부터 유급제가 실시되면 3배가 넘는 돈이 더 필요할 전망. 각 구청은 우선 내년 의원 인건비는 올해 수준으로 편성하되 추가로 들어가는 돈은 예비비에서 충당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자치단체 전체 예산의 1% 규모로 편성되는 예비비만으로는 추가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형편.

구청의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주민들을 위한 각종 사업비를 깎아야 할 판"이라며 "이럴 경우 주민들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걱정했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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