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격투기에 밀려 침체일로를 걷던 한국 아마복싱이 중국에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한국은 지난 13일부터 미안양에서 열린 제13회 세계복싱선수권대회에서 이옥성(24.보은군청)의 51㎏급 금메달에 힘입어 중국과 함께 공동 4위에 올랐다.
1위는 금4, 은1, 동메달 3개를 획득한 '아마 복싱 최강' 쿠바가 차지했다.
제12회 방콕대회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던 러시아는 금3, 은1, 동1개로 2위로 내려섰고, 카자흐스탄(금2, 동3)은 3위를 유지했다.
이옥성보다 한 체급 낮은 48㎏급 주 쉬밍은 개최국 중국에 세계선수권대회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한때 아마추어 복싱은 한국의 '메달밭'이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전 체급을 석권했고, 같은 해 열린 4회 리노(미국)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돌주먹' 문성길(밴텀급)이 사상 첫 금메달을 땄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2개의 금메달을 가져왔다.
언제부터인가 복싱은 마이너 종목이 돼 버렸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선 아시안게임 사상 첫 '노 골드'라는 수모까지 감수했다.
세계선수권대회는 더 심해서 제10회, 11회 대회 '노메달'에 이어 지난 대회에선 조석환(57㎏급)의 동메달 1개에 만족해야 했다.
1980-1990년대 전성기를 뒷받침한 한화그룹의 지원이 끊겨 경기인들이 호주머니돈을 털어 겨우 경기단체를 운영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태릉선수촌 필승관까지 리모델링에 들어가는 바람에 훈련할 곳이 없어서 고생하기도 했다.
한국 아마복싱계는 이옥성이 모처럼 피워올린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메달도 메달이지만 '넘을 수 없는 벽' 쿠바를 넘어선 점이 더욱 희망적이다.
이옥성은 준결승과 결승에서 미국과 쿠바 선수를 각각 물리쳤고, 54㎏급(밴텀급) 장관식(한국체대)은 16강전에서 러시아 선수를 이겼다.
한국은 이미 2007년 14회 세계선수권대회 제주 유치 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내년 초 제주 개최가 결정되면 아마복싱 부활의 계기는 마련되는 셈이다.
'헝그리 복싱' 시대는 끝났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글러브를 끼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복싱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 1987년 최대 3천595명에 이르렀던 등록 선수 숫자는 1997년 절반 수준인 1천824명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2천621명까지 늘어났다.
정재규 아마복싱연맹 사무국장은 "1998년 아시안게임 '노골드'와 2000년 시드니올림픽 '노메달'을 경험하면서 한국 복싱은 최악을 경험했다"며 "이번에 쿠바와 러시아 선수를 꺾으면서 누구에게나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만큼 내년 아시안게임에서 최소 금메달 2개를 획득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우리 아기가 태어났어요]신세계병원 덕담
"하루 32톤 사용"…윤 전 대통령 관저 수돗물 논란, 진실은?
'이재명 선거법' 전원합의체, 이례적 속도에…민주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