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습-학원 꼭 보내야 하는지…

문: 고1 어머니입니다. 연습장을 몇 장씩 채워야 하는 '빡빡이 숙제'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합니다. 이런 방식이 정말 도움이 되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또한 학원에는 꼭 다녀야 하는지가 궁금하고, 가장 효과를 볼 수 있는 학습 방법에 대해서도 도움을 받고 싶습니다.

답 : 서점에 나가보면 효율적인 학습 방법에 관한 책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그런데 내용을 살펴보면 저자마다 제시하는 방법이 다 다릅니다. 이는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학습 방법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빡빡이 숙제도 이런 관점에서 그 효율성과 생산성을 생각해야 합니다.

수학이나 물리는 애써 적어가며 암기하지 않아도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이해하면 공부한 내용을 비교적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영어 단어나 기타 단편적인 정보는 여러 차례 반복해서 암기해야 기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기의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학습 내용을 연습장에 여러 번 적어 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그냥 반복해서 읽거나 한두 번 가볍게 적어보는 방식을 택합니다. 어느 쪽이 더 효율적인지는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연습장에 적어가며 공부하는 것이 사람에 따라서는 탁월한 학습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방식이 모두에게 같은 효능을 발휘하는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습니다. 불만을 토로하는 대부분 학생들의 경우 문제의 핵심은 다른데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빡빡이 숙제를 거부하는 심리 근저에는 아는 내용인데도 몇 장씩 강제로 적어내야 하는데 대한 짜증과 다른 과목을 고려하지 않은 어떤 특정 과목 선생님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불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학생과 학부모님은 선생님의 지도 방침과 교육적 열의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선생님은 학생의 개인차와 다른 과목에 대한 배려를 염두에 둔다면 바람직한 해법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원을 찾는 학생을 분석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학교보다 진도를 빨리 나가려는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은 학습 의욕과 열의는 많은 편이지만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다 보면 교과 내용을 충분히 다지지 못하고 부실한 상태로 넘어가기가 쉬워서 남보다 먼저 배워도 결국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다음으로 학교 수업시간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모든 것을 학원에서 해결하려는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 대부분은 잘못된 판단과 불성실한 태도 때문에 궁극에 가서는 학업전반에서 실패합니다. 끝으로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지만 수업 시간 중에 다 이해를 못해 보충하려는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은 이런저런 이유로 그 과목에 흥미를 잃었거나 그 과목에 기초가 부족한 경우가 많은데 학원 수강으로 다소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학원 수강이나 개인지도를 받으면 효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해결되지 않는 과목은 학원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원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리라는 착각을 해서는 안 됩니다. 재학생은 모든 것을 일차적으로 학교에서 다 해결할 수 있고 또 그렇게 해야 합니다. 평소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하고 그래도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선생님께 질문하여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능제도 이전의 학력고사 같은 시험에서는 수업시간에 배운 지식을 단순하게 다시 묻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배운 내용을 기계적으로 열심히 암기하면 어느 정도까지는 학습량에 비례하여 좋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복습 위주의 학습이 상당히 효과를 볼 수 있었다는 말이지요. 그러나 수능시험은 지식 그 자체보다는 종합적인 이해력, 추론 능력, 상상력, 응용력, 주어진 자료의 분석과 결론 도출 능력 등과 같은 고차원적인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습니다. 그러므로 복습 위주의 학습으로는 수능 체제에서 결코 고득점 할 수 없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수능시험에는 예습 위주의 학습이 훨씬 생산적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예습이란 내일 공부할 내용과 그 답을 혼자의 힘으로 미리 알아야 하는 힘겨운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습에 대한 이런 잘못된 생각 때문에 예습하기가 두렵고 힘이 듭니다. 예습이란 학습할 내용의 답을 미리 아는 과정이 아니고, 배울 내용을 미리 접해보고 자신이 잘 모르는 부분에 밑줄을 치는 작업, 다시 말해 학습할 내용에 대해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는 과정입니다. 학습할 내용에 대해 문제 제기가 된 상태에서 수업을 들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집중력과 이해도가 훨씬 높아집니다. 선생님께 질문하고 토론할 기회도 많아질 것입니다. 또한 미리 고민을 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더욱 오래 기억할 수 있습니다. 예습을 통하여 문제 해결 방법을 먼저 생각해 보는 습관이 형성되면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능력과 자신감이 생기게 됩니다. 예습은 적극성과 능동성, 창의력과 지적 호기심을 길러 줍니다. 예습을 하며 개념과 원리의 이해에 중점을 두면 암기는 훨씬 쉬워지고 복습 시간도 단축됩니다. 6개월만 반드시 예습을 하고 수업에 참여해 보십시오. 기적 같은 변화가 일어날 것입니다.

윤일현(송원학원진학지도실장 ihnyo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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