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동네도 체험학습거리 많아요"

대구 남부교육청 '고장 자랑 탐구 발표대회'

부모들은 주말만 되면 골치가 아프다. 자녀에게 좋은 체험학습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집을 나서려면 경제적 부담에다 적당한 소재도 찾기가 어렵기 때문. 그러나 굳이 멀리서 체험학습 거리를 찾을 이유는 없다. 살고 있는 지역 내에도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면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학습지가 널려 있다. 지난 16일 대구 남부교육청이 개최한 '2005 우리 고장 자랑 탐구발표대회'에서 쏟아진 학생들의 탐구 자료는 우리 주위에도 얼마든지 역사, 전통, 문화, 자연 등 다양한 소재의 체험학습 거리가 있음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사례들을 소개한다.

△대구 달서구의 선사 유적

김유진(상인초 3년) 양은 달서구 곳곳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과 선사유적공원을 둘러봤다. 성서에 사는 고모댁에 가던 중 월암동 들판에 이상하게 생긴 큰 돌이 놓여 있는 것을 보고 늘 궁금했던 것이다. 달서구는 금호강과 낙동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동으로 펼쳐진 넓은 들을 가진 지역으로, 예로부터 사람이 거주하기에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어 선사 유적지가 형성됐다. 그 중 달서구 진천동에 있는 선사유적공원은 청동기시대 제사를 지냈던 곳에 만들어진 것으로 선돌과 석축, 토기조각, 석관 등이 전시돼 있다. 월암동 논 주변과 상인동 월곡초교 맞은편에도 선사시대의 선돌을 발견할 수 있다. 선돌은 길쭉하거나 큰 돌을 세워 기념물 또는 신앙의 대상물로 삼은 것을 말한다. 또 진천동과 상인동, 월성동에는 곳곳에서 남방식 고인돌을 찾아볼 수 있다. 김 양은 "인터넷 등을 통해 찾은 주소 하나만 들고 선사 유적을 찾아나서다 보니 힘은 들었지만 발견했을 때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면서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귀중한 문화유산이 잘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안타까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대구의 안경산업

황설현(봉덕초 5년) 군은 대구 북구 침산교에서 노원네거리에 이르는 '안경거리'를 둘러봤다.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대구가 안경산업의 중심지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호기심이 발동했던 것.

대구는 전국 500여 개 안경테 제조업체 중 80%가 몰려있는 안경산업의 메카. 대구 북구청은 지난해 말 안경관련 업체가 밀집해 있는 침산교에서 노원네거리 구간을 안경거리로 이름 붙이고, 안경을 형상화한 조형물을 곳곳에 설치했다. 거리의 가로등에도 안경 모양의 조형물이 붙어있을 정도.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 감독이 대구시의 대표적 안경 브랜드인 '시선'을 착용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황 군은 "안경산업 도시의 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게 됐다"며 "다양한 안경 관련 대회를 알게 되면서 수출시장에서도 많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대구수목원의 어제와 오늘

박경태(이곡초 5년) 군은 대구수목원의 과거와 현재를 대비시켜 탐구보고서를 작성했다. 이곳은 수목원이 조성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대구 시민의 생활 쓰레기를 매립하던 곳. 하지만 박쥐나무, 흰작살나무, 긴산꼬리풀, 뻐꾹나리, 투구꽃, 고광나무, 범부채 등의 나무와 꽃을 심고 녹색 풀로 뒤덮기 시작하면서 쓰레기 매립장을 생태적인 녹색공간으로 복원한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됐다. 습지원, 잔디광장, 시화원, 무궁화원, 유실수원 등을 갖추고 있어 자연탐구활동과 가족 나들이에도 적합한 장소다. 박 군은 "이 아름다운 식물의 터전이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와룡산 쓰레기 매립장도 수목원과 같이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끝맺었다.

△달 월(月)을 사용하는 지명

박민정(진천초 6년) 양은 달서구에 유독 '달 월(月)'을 사용하는 지명이 많다는데 의문을 품고 지명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지 않을까를 추적했다. 달비골, 월배, 월성동, 월암동, 월광수변공원, 월곡, 월촌 등 '월' 혹은 '달'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명칭을 흔히 볼 수 있었기 때문. 달비골은 달이 뜨면 달빛이 계곡에 밝게 비친다고 해서 '달빛골'이라고 부르던 것이 변화하면서 정착된 명칭이라고 한다. 또 주민들이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 내려올 때 등 뒤에서 달빛이 비쳤다고 해서 달(월), 등(배)을 합쳐 달배라고 부르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명도 있다. 월배는 달비골의 이름을 따서 달배면이 되고 월배면으로 명칭이 바뀌었다가 현재는 동 명칭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지역을 부르는 말로 정착됐으며, 월광수변공원의 '월광' 역시 '달빛'이란 의미다. 또 월곡은 달 골짜기라는 뜻으로 화원지방에서 활약했던 의병장 월곡 우배선 장군의 호가 되기도 했다. 박 양은 "조상들은 달을 귀하게 여겨 달이 밝은 것을 매우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고, 이런 생각에서 마을 이름을 지었다"고 조사 결과를 밝히며 "앞으로 예쁘고 친근한 '달비골' 등의 고유어를 지명으로 많이 사용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사진: '2005 우리 고장 자랑 탐구발표대회'에서 학생이 파워포인트 자료를 통해 탐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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