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쉰을 넘긴 여성 취업자 증가율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여성 취업자는 올 들어 10월까지 월 평균 951만3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느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50대 여성은 월 평균 139만9천 명으로 9.7%나 늘어났다. 이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1984년 이후 미미한 변화를 보였으나 지난해부터 급격히 상승, 올해는 부쩍 심해졌다는 이야기다.
이 기현상은 과연 무엇을 말하는가. 젊은 노동력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그 빈자리를 이들이 채우게 되고, 상대적으로는 남성의 일자리가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고 무언가. 더구나 50대 여성만이 그 이하 연령층과는 달리 유독 두드러져 우리 사회의 어둠과 그늘을 단적으로 말해 준다.
우리는 이미 '이태백'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에 익숙해져 있다. 20대는 태반이 백수이며, 평생직장 개념이 무너지면서 30대 후반만 되면 자리가 불안해진다. 그러다 마흔다섯 살이 되면 밀려나야 하고, 쉰여섯 살까지 자리를 지키면 '도둑' 소리를 듣는 풍토다. 만일 예순두 살이 돼도 안 떠나면 '오적'에 든다 해서 '육이오'라는 지탄을 받아야 한다.
이런 슬픈 현실 속에서 남편 실직, 자녀 고용 불안 등이 겹친 50대 서민층 여성들은 고달프다. 생활고에 쫓기다 못해 생계 차원의 취업에 나서게 돼 임시직'일용직 행렬이 갈수록 길어지고 있는 게 아닌가. 그런다고 해서 생활이 따뜻해지기는 하는가. 월 60만~90만 원대의 저임금 일자리로는 고단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우리 사회의 '슬픈 풍속도'는 젊은이들에게 더욱 가혹하다. 청년층의 '학력 과잉'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대학 진학률이 82%에 이르는 데다 졸업한 뒤 68.5%나 눈높이를 크게 낮춰 일자리를 찾아도 그 길은 좁게 마련이다. 7급이나 9급 공무원 지망자가 40여만 명에 이르러 '공시 폐인' '공시 낭인'들이 양산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석사'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 인력들이 제자리를 찾기는커녕 하향 취업 자리마저 얻기 어려워 쩔쩔매고 있는 실정이지 않은가.
고급 두뇌들이 해외로 떠나는 추세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이공계 출신들은 낮은 보수와 사회적 푸대접, 노력해도 어쩔 수 없는 한계 때문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경우가 갈수록 늘고 있다. 해외 유학을 마친 우수한 인력들도 돌아올 자리가 없어 '중간인'이 되기 십상이다. 고급 두뇌의 해외행이나 유학파들의 그대로 눌러앉기는 '두뇌 유출' '국가적 낭비'라는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며, 그 원인과 책임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 이 모든 불행과 고통의 뿌리가 얽히고설켜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님도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정녕 이대로는 안 된다. 인력 수요 예측 실패에다 '민생'이 뒷전인 최고 지도자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과 정치권 인사들은 각성하고 책임감을 통감해야만 한다.
우리는 지금 총체적인 어둠 속에 놓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성장 속의 일자리 부족, 소비 위축, 납세 능력 약화와 세 부담 늘리기,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 심화 등 '넘어야 할 산'들은 헤아리기조차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의 해법은 고사하고 더욱 꼬이게 하는 정치와 정책의 기조에 심각한 병인이 있는 게 아닐는지…. 특히 대통령은 과연 이 같은 문제들을 풀어 보려고 순리에 따라 정책을 운용하면서 갈등들을 조정하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해 왔다고 할 수 있는가.
우리 사회의 구성 원리는 헌법에 명시된 대로 '자유 시장 경제'다. 그러나 정부는 끊임없이 반시장적 정책으로 시장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잦은 정책 바꾸기로 예측 능력을 저하시켜 자유 시장 경제 원리를 흔들어 오지 않았던가. 더구나 정부와 청와대. 열린우리당의 손발이 맞지 않아 정책 혼선을 부른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 열기와 활기는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50대 여성 취업자 급증은 젊은이들의 '별 따기' 일자리와 '평생직장' 붕괴, 조기 퇴직, '부익부 빈익빈'의 양극화 현상 등과 맞물린 우리 사회의 '아픈 자화상'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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