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만촌1동 경부선과 대구선이 지나는 철길 사이에는 컨테이너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은 홀로 사는 이홍강(68) 할머니의 소중한 보금자리. 10여 년째 컨테이너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여름과 겨울은 여전히 적응하기 힘들다. 여름철 뜨거운 햇살에 컨테이너가 달아오르면 한증막이 되고 겨울에는 살을 에는 듯한 추위를 고스란히 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8세에 고아가 된 뒤 친척집을 전전하며 자랐지요. 시집은 갔지만 무능한 남편 때문에 고생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자식들과 연락이 제대로 안 된 지도 오래입니다."
기초생활수급대상자지만 이 할머니가 받는 돈은 매달 15만 원 정도. 때문에 할머니는 새벽녘 칠성시장을 찾아 나물, 채소 등을 떼와 바구니에 싣고 길거리에서 팔아 생계를 꾸린다. 지난 달 연탄 100여 장을 지원받아 난롯불을 지필 수 있었지만 겨울 내내 때기엔 부족한 형편이다.
장말임(75·중구 남산동) 할머니는 비가 오면 물이 새고 연탄을 때면 연탄가스 냄새가 풍겨 나오는 낡은 한옥 귀퉁이 단칸방에 산다. 10달에 60만 원을 내고 쓰는 방이다. 30여년 전 아들을 잃고 난 뒤 며느리는 손자를 데리고 떠나버렸고 이후 할머니는 홀로 연명해왔다. 무릎이 불편하고 심장이 좋지 않은 장 할머니는 일을 할 수도 없는 처지다. 15년째 이곳에 살고 있는 장 할머니는 주위 사람들 덕분에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며 고마워했다.
"복지관 등에서 도시락을 가져다 주고 이웃에서 반찬을 챙겨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끼니 때우기는 만만치 않지요. 요즘엔 찬밥이라도 남아있으면 연탄불 아궁이에 밥을 데워 물에 말아 먹어요. 그나마 연탄이 있기에 따뜻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셈이지요."
병원이나 주위에선 연탄가스 냄새를 조심해야 한다고 하지만 장 할머니는 이를 가릴 처지가 아니다. 추위를 막는 것이 먼저이기 때문. "저 같은 처지에 연탄불이라도 안 지피면 어떻게 겨울을 날 수 있겠습니까. 방문 한쪽에 놓아둔 연탄도 이젠 몇 장 남질 않았네요."
이 할머니와 장 할머니와 같은 이들에게는 겨울철 연탄을 나눠주는 다음카페 '손잡고 가요' (http://cafe.daum.net/sarangelan) 회원들이 은인인 셈이다. 지난 2001년 개설돼 온라인 회원만 390명이며 오프라인 모임을 가지는 회원들도 200명에 이르는 카페다. 이 카페는 회원들이 모아온 회비와 후원금을 합해 매년 겨울철 불우이웃들에게 연탄을 전달,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왔다.
하지만 올해 연탄을 나눠주려는 이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당초 회비와 후원금을 합한 600여만 원으로 100가구에 연탄 200장씩 나눠 주기로 하고 인터넷을 통해 지원사실을 알리자 복지관 등을 통해 200가구가 넘게 신청을 해온 것. 결국 이들은 이달 중순 242가구에 100장씩밖에 나눠 주지 못했다.
이 카페 운영자 엄지호(59) 씨는 "회원들이 내는 회비만으로는 부족해 개별적으로 조금씩 더 내기도 했지만 힘들긴 마찬가지"라며 "겨울을 나려면 최소한 연탄 200장을 나눠줘야 하는데 추가로 나눠줄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저희 '이웃사랑' 제작팀은 이번 주 모이는 성금은 올 겨울 불우이웃들의 방을 따뜻하게 데워 줄 연탄을 나눠주는 다음카페 '손잡고 가요'에 전달하기로 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다음카페'손잡고 가요'의 회원들은 매월 회비를 모아 겨울이 되면 불우한 이웃들에게 연탄을 나눠주고 있다. 오른쪽부터 정명순, 엄지호, 정순자, 이병수, 김재관, 윤호정, 김병국, 권오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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