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 차기 대권후보 중 한 명으로 거명되고 있는 고 건(高 建) 전 총리는 23일 "진보-보수의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리더십은 시대착오적인 리더십"이라고 밝혔다.
고 전 총리는 이날 오전 연세대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행한 특별강연에서 "이념에 사로잡힌 리더십은 우리 사회가 처한 다중적 위험에 대처하는데 도움은커녕 해가 되는 리더십으로, 권위주의 시대에서 잉태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시 권위주의 시대의 흑백논리로 돌아가자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고 전 총리가 작년 5월 총리 퇴임 후 행한 첫 연설에서 과거사 정리 등을 둘러싸고 치열한 이념공방을 벌이고 있는 현 정치권에 쓴소리를 던진 것이며, 이는 본격적인 정치행보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은 이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기본구도가 된 것 같고 정치적인 경쟁과 논쟁의 수준을 넘어 사회의 균열과 갈등으로 이어진 듯하다"면서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사이에는 메우기 어려운 불신과 증오의 골이 자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두고 진보, 보수가 경합을 벌이는 지금의 상황도 역사적 진전이라 할 수 있겠으나 그 대결이 이념양극화의 수준에 이르렀다면 이는 진전이 아니라 정체라고 해야 할 것"이라면서 "편집증에서 벗어나고자 분열증을 앓는 격으로 이념양극화에는 심각한 오류가 도사리고 있다"고 역설했다.
이어 "현재 우리 사회가 처한 정치 리더십의 위기를 극복하는 길은 이념의 미혹에서 벗어나 실사구시를 따르는 길밖에 없다"면서 "이념의 굴레를 벗어나 역사현실에 입각해 미래 비전을 정립하고 실사구시의 관점에서 이를 구현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고 전 총리는 이날 강연에서 "월드컵의 환희가 있은지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희망 아닌 실망, 화합 아닌 분열이 우리 사회에 퍼져 있다"면서 "우리 사회가 흑백이 명확했던 고도 성장기 '확실성의 시대'를 지나 기존의 가치와 범주가 흔들리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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