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세계 2위의 자동차부품업체인 델파이가 고임금, 각종 복리후생제도, 과도한 개발비용, 원재료인 철강재 등의 가격 상승과 주거래업체인 GM의 판매부진으로 파산보호를 신청함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 및 부품업계는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델파이가 지분의 50%인 5천820만 달러를 투자한 한국델파이 본사가 있는 대구로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일이 아닐 수없다.
그러나 지역 내 130개, 전국 300개의 협력업체를 가진 한국델파이는 미국 델파이를 통해 GM에 수출하는 물량이 연평균 5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5% 수준에 불과해 생산과 판매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이며 도리어 이번 사태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기술 다변화 등을 통해 수출 확대의 기회로 삼겠다고 밝혀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해 주었다.
단기적으로는 델파이의 경영난으로 한국 내 관련기업의 경영활동이 다소 위축될 가능성이 있지만, 델파이의 대대적인 구조조정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세계적 조달을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되어 가격이나 품질에서 이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의 수출 확대의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지금 자동차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세계적으로 약 6천만 대가 생산되었고 10년뒤인 2015년에는 1억1천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며 중국과 인도 등의 수요 급증으로 아시아는 최고의 자동차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한국은 2004년 370만 대 생산으로 세계 5위 수준이나 10년뒤에는 760만 대로 세계 4위로 부상시킨다는 것이 산자부의 계획이다.
KOTRA가 지난달 초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한국 자동차의 날' 행사에서 로버트 보쉬, 아빈메리토 등 42개 유명 부품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은 중국에 이어 2위의 투자대상국으로 뽑혔고 GM'포드'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의 구매담당자들은 시장규모와 성장 잠재력, 주변시장에의 접근성, 숙련된 노동력과 생산성 등 한국 부품시장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고 한국을 최우선 아웃소싱 대상국으로 지목했고 미국에 공장을 둔 외국의 부품업체 중 74%가 한국에 대한 신규투자를 추진 중이라고 답했다. 실제로 국내 자동차 부품의 대미 수출액은 올해 9월까지 14억5천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나 급증했다. 수출증대와 투자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우리는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2004년 말 현재, 대구'경북지역의 자동차부품업체 수는 1천163개 사, 종사자수는 5만4천839명이며 2003년 기준, 매출액은 9조8천323억 원이며 매년 20% 이상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대구지역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수 8.8%, 종사자수 20.6%, 매출액 24.1%를 차지할 만큼 비중 있는 산업으로 성장해 왔다.
지역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의 설계와 디자인 능력을 요구하는 모듈생산 위주로 빨리 탈바꿈하고 기술수준 및 품질향상, 비용절감 등을 위해 노력하고 거래선을 다변화하는 등 풀어 나가야 할 과제도 많다. 향후 10년 이내에 자동차에서 전자부품 및 기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제조원가의 5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텔레매틱스 시장에 대한 대비도 있어야 할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출지원 및 해외 기술마케팅 인력양성도 절실하다.
델파이의 몰락이 주로 노동부문의 고비용 구조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경쟁력 있는 비용구조 확보를 위해 노동조합과 근로자의 협력이 필수적임을 함께 되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창원-구미-칠곡-대구-경산-영천-경주-포항-울산-부산을 잇는 임베디드 산업밸트 조성으로 영남권을 자동차 부품산업의 메카로 육성해 나가야 한다.
지역은 삼성상용차 퇴출, 대우차 부도 등으로 이미 쓴잔을 마신 경험이 있다. 미 해병대 체스터 풀러 장군은 아군이 적군에게 완전히 포위돼 고립됐다는 보고를 받자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포위됐다. 덕분에 문제는 간단하다. 이제 우리는 모든 방향으로 공격할 수 있다." 위기에 빛나는 낙관주의다. 이번 델파이 사태를 지역 자동차부품산업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 나가자.
김만제 낙동경제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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