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레이사격

탕! 깨져라 스트레스

표적이 날아오르는 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섰다. 팽팽한 긴장. 호흡을 고르고 구령을 외친다. "고(Go)". 동시에 튀어오르는 직경 11㎝의 오렌지색 접시. "탕~." 긴장이 일시에 풀리는 소리다. 소리는 의외로 놀랄 만큼 크다. 뒤이어 산산조각나는 표적. 짜르르. 쾌감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오른쪽 어깨로 묵직한 반동을 받아낸 뒤 총을 꺾는다. 매캐한 화약냄새와 함께 뒤쪽으로 튀어나오는 2개의 탄피. 몸속 깊이 쌓여 있던 스트레스의 찌꺼기까지도 빠져나온다.

스트레스를 향해 쏘는 클레이사격은 호쾌하다. 일단 폭발음을 듣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다. 군대 사격장에서 듣던 M16소총 소리 못잖다. 뒤이어 허공에서 박살나면서 부서져 흩어지는 접시. 눈이 즐겁다. 후련한 쾌감이다. 어깨로 전해지는 반동도 발끝까지 전해진다. 허리가 휘청할 정도다.

클레이사격은 움직이는 피전(진흙으로 만든 접시모양의 표적. 초기에 비둘기를 날려 표적으로 삼은 것에서 유래)을 따라가 맞추는 파괴의 미학이 매력이다. 순발력과 집중력, 민첩성을 기르는 데도 그만인 레포츠. 시속 40~50㎞(초보자용인 아메리칸 트랩)로 날아가는 목표물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사계절 내내 누구나 즐길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문경종합사격장 교관 박봉은(48) 씨는 "요즘은 각 기업체별로 극기훈련을 겸한 레포츠로도 인기"라며 "때론 등산 이후 하산하면서 들를 정도로 보편화됐다"고 말한다.

초보자들은 아메리칸 트랩 방식으로 입문한다. 피전의 방향이 일정하고 속도도 느린 편.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고 나면 사대에 설 수 있다. "고우"하고 사격 준비완료 신호를 보내면 뒤쪽의 교관이 버튼을 눌러 표적을 날려준다. 여성들도 격발 때 어깨로 전해지는 개머리판의 반동을 소화해내는 연습만 하면 어렵지 않다.

몇 번 쏘고 나면 목표를 맞히는 적중률도 높다. 산탄총을 사용하기 때문. 한 발의 총알에는 300여 개의 납탄이 들어 있어 지름 약 90㎝의 원형 탄막이 생긴다. 이 원 안에 피전이 들어오면 부서진다. 한가운데로 명중시킬수록 산산조각이 나기 때문에 쾌감도 커진다.

다른 종목의 사격과는 달리 클레이 사격의 복장은 간편하다. 평상복 위에다 사격조끼를 입으면 된다. 총소리가 크기 때문에 가능하면 귀를 보호하는 귀마개를 하는 게 좋다. 눈을 보호하는 사격용 안경도 착용할 수 있다.

몇 년 전에 비해 가격도 많이 내렸다. 보통 탄알 25발 한 통을 1라운드로 친다. 가격은 라운드당 1만7천 원(조끼, 총기대여 포함). 10명 이상 단체는 1만5천 원으로 할인해준다.

문경종합사격장 054)550-6446, 552-6673.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 사이면 언제나 이용가능하다.

■클레이사격 기본상식

▶자세=표적이 움직이기 때문에 다른 사격과 달리 두 눈을 뜨고 쏜다. 군대실력만 믿고 나섰다가 '왜 이러지'하고 물러서는 것도 '두 눈' 때문. 뺨을 개머리판에 밀착시키고 어깨에 붙여야 한다. 상체는 앞쪽으로 약간 숙인다. 자세를 잡고 숨을 들이마신 뒤 반쯤 내쉰 상태서 조준한다. 사격 시에는 총은 고정시킨 상태에서 허리를 이용해 표적을 따라가며 방아쇠를 당기면 된다.

▶사격순서=총을 꺾은 상태에서 두 발을 장전한다. 이때 방아쇠에서 손가락을 뺀다. 총구와 시선이 일직선이 되게 조준하고 피전이 튀어나오면 총구는 이를 따라간다. 총 끝에 접시가 일치하는 순간 방아쇠를 당긴다. 급하면 표적을 놓친다. 여유를 갖는 게 요령.

▶주의사항=생명과 관계되는 레포츠이기 때문에 교관의 지시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총구를 좌우로 이동하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된다. 또 교관의 허락 없이는 절대 사선에 출입해서는 안 되며, 음주 후 사격장 출입도 절대 금지. 예의상 남의 총기를 허락 없이 만지는 것도 금물이다. 사격 뒤엔 항상 총을 꺾어 탄피를 제거해야 한다.

글·박운석기자 dolbbi@msnet.co.kr

사진·박노익기자 noik@msnet.co.kr

사진=스트레스를 향해 쏘는 클레이사격은 누구나 간단한 안전교육과 총기 다루는 법을 익히고 나면 즐길 수 있는 레포츠다. 동호인들이 문경종합사격장 초보자용 클레이사격장인 아메리칸 트랩에서 사격을 즐기고 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