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주(貴州)는 중국에서 가장 오지다. 제일 가난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삼 리 평한 길이 없고 돈 서 푼 가진 사람이 없다'고 했다. 성 87%가 산이며 구릉이 10%라 평지가 귀하다. 그야말로 산골이다.
중국의 변화는 귀주에서도 실감이 난다. 이산 저산을 고속도로가 잇고 골골을 신작로가 거미줄처럼 엮는다. 길 없어 못 갈 곳이 드물다. 귀주 수도 귀양(貴陽)이나 안순(安順)의 번화가는 서울 못잖아 없는 게 없다.
아직 때가 묻지 않은 덕택에 일부러 가꾼 곳을 빼면 옛 모습대로다. 밥그릇을 엎어 놓은 듯 외따로 솟아오른 산이 이어지다 어느새 원시림의 깊고 험한 산맥으로 넘어간다. 귀주 당 부서기는 "계림과 장가계를 합쳐 놓은 곳"으로 귀주를 소개한다.
귀주에서도 안순시는 천연의 관광지로 꼽힌다. 산과 나무와 물이 이 모양 저 색깔로 다가온다. 석회암의 카르스트 관광지로는 세계 제일이란 말처럼 산은 벽돌을 쌓아 올린 듯하고 어마어마한 종류석 동굴은 솜씨 또한 일품이다.
안순의 제일 가는 명소로는 황과수 폭포가 꼽힌다. 높이가 74m, 너비가 81m다. 동양 최대의 물줄기다. 물 많은 여름에 황과수를 다녀간 유럽 여행자들은 원더풀을 합창했다. 초입은 분재공원이다. 이곳 사람들의 취미가 분재라는 말처럼 수백의 분재 하나하나가 걸작이다. 동양에선 제일 긴 에스컬레이트를 타고 80m를 내려가야 폭포 가는 길이 나온다. 폭포 중간의 동굴로는 드나들기도 한다. 명나라 시절 '중국 제1폭포'라고 쓴 비석이 있지만 정작 세상에 알려진 건 20여 년에 불과하다. 인근에는 이보다 더 높거나 넓은 폭포가 호형호제하며 늘어 서 있다.
천성교(天星橋) 일대는 자연이 가꾼 정원이다. 초입 샛강 바닥의 천연석 징검다리 돌은 365개다. 돌마다 날짜가 새겨져 여행객은 생일 돌에 서서 소원을 빈다. 강 중간엔 장대처럼 높은 바위들이 몰려 서 있다. 석림(石林)이다. 은목걸이 폭포 앞에서는 이 세상 어느 폭포가 이보다 더 아름답다고 나설 수 있을까. 깔때기 모양의 십여 갈래 물줄기가 제각각 방향으로 떨어지며 은빛 물안개를 만든다. 산과 산을 잇는 천성교는 자연이 만든 돌다리다. 하늘에서 떨어졌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는 크고 뾰족한 삼각형 바위가 다리 중간에 장식처럼 섰다. 행여 떨어질까 조마조마해하며 건너와 올려다 보면 "삶과 죽음이 멀지 않다"는 말이 떠오른다.
보트를 타고 들어 간 종류석 동굴 용궁에서 울리는 동족(東族) 안내원 처녀의 노래는 청아하다. 이 사람들은 타고난 노래꾼들인 모양이다. 거투어(格凸河) 뱃놀이는 세상을 잊게 한다. 강을 가로막은 산 아래위엔 두 개의 동굴이 뚫렸다. 아래는 종류 동굴이지만 산 위 동굴은 뻥 뚫려 하늘과 통한다. 100m가 넘는 종류 동굴 꼭대기를 묘족 청년이 10여분 만에 올라갔다 온다.
계림과 장가계를 합쳐 놓은 곳이란 말은 허풍이 아니다. 사람들도 순박하고 정겹다. 내놓은 음식은 한결같이 맛있다. 귀주는 멀다. 북경에서 비행기로 3시간여를 날아야 한다. 그러나 바람과 하늘이 산과 나무, 물과 돌을 감싸는 귀주로의 나들이는 한나절 시간을 후회하지 않게 한다.
서영관 논설위원
사진: 1. 중국 귀주 안순시의 제일 명소인 황과수 폭포 2. 계림과 장가계를 합쳐 놓은 듯하다는 귀주의 계단식 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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