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라이프] 호주 올림픽 성화봉송로(1)-멜버른

50년전 경기장'올림픽 파크'로 보수 한창

대양주의 푸른 창공을 뚫고 멜버른의 붉은 대지에 비행기가 내렸다. 낯선 곳이란 긴장 때문인지 먼저 화장실을 찾았다. 들어서자 특유의 향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영국풍의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빅토리아 주의 주도 멜버른.

호주 연방이 성립된 1901년부터 캔버라로 수도가 옮겨진 1927년까지 수도로서 호주의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품격 있는 도시이다. 현재 시드니에 이어 제2의 도시이며 마치 작은 런던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세계 각지에서 온 독특한 문화의 많은 이민자로 구성된 곳이다. 공해가 없는 청정 자연이어선지 마치 파스텔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아름답다.

숙소인 '백팩하우스(Backpack House·배낭여행객들이 주로 머무는 저렴한 여관)'에 여장을 풀고 시내의 '세인트패트릭 대성당'으로 향했다. 거리가 넓고 깨끗해 느슨하고 여유 있다. 세인트패트릭 대성당은 80년에 걸쳐 만들어진 가톨릭 교회. 호주 최대의 고딕 건축물이자 날이 어두워진 뒤 조명이 건물 전체를 비추면 한층 더 멋진 곳이다.

가까운 멜버른 전망대는 남반구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북반구에서 제일 높은 타이베이의 101층 빌딩을 가본 터라 내심 가 보고 싶었다. 높이 253m, 66층 건물로 맑은 날이면 60㎞ 떨어진 단데농 구릉까지도 보인다고 하니 실로 높이를 짐작할 만하다. 석양에 물든 시내를 보면서 카페에서 호주 와인 한잔을 마시니 마치 오지(AUSSIE-이민 3세대부터 서로 오지라 부른다)가 된 듯한 여유로움이 밀려온다. 북반구와 남반구의 최고층 빌딩을 오르고 보니 양극지방을 탐험한 것 같은 기분이다.

세계에서 올림픽을 두 번이나 개최한 몇 안 되는 선진국 '호주'. 1956년 대한민국이 전쟁의 참화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칠 즈음 벌써 세계인의 축제를 치른 저력 있는 나라다.

첫 번째 올림픽은 1956년 멜버른에서 열렸다. 엄격한 검역법으로 승마경기는 아예 스톡홀름에서 치러지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해방 후 첫 은메달을 획득해서 종합 29위를 차지했다. 50년 전 성화가 타오른 올림픽경기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지금은 올림픽 파크로 개조돼 보수공사가 한창이었다. 바로 옆을 흐르는 야라 강변에는 시민들이 조깅과 카누로 오후 시간을 즐기고 있다. 일상화된 생활체육으로 인해 전문적인 직업을 가지고도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고 웃는 모습을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프린세스 다리'를 건너 돌아오는 길에 '페더레이션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모여있었다. 크리켓 경기라도 있으려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대형전광판으로 보고 있었다.

전광판에 호주 감독 히딩크의 얼굴이 비치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아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양손을 머리에 갖다댄다. 한 손으로 땅을 치며 고개를 떨구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걸 보며 문화차이를 느꼈다. 옆에서 물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무척 좋아한다. 지금은 감독이 누구냐고 물어 '아드보카트'라고 했더니 잘 모르겠지만 아마 훌륭한 팀을 만들 것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운다. 마침내 승부차기에서 호주팀이 이기자 사람들은 웃통을 벗고 폭죽을 터트리며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응원도 특이하다. '오지!', '오지!', '오지!'하고 외치면 '예~', '예~', '예~' 라고 구호를 외친다. 우리나라 붉은악마의 구호에 비하면 체계가 없지만 그래도 한데 어울리고 나니 호주가 본선에서도 선전하길 빈다. 다음날은 신문마다 온통 월드컵 이야기로 장식됐다. 네덜란드, 한국에 이어 4강 신화를 만들어 가자는 염원이 가득하다.

그 열기를 뒤로하고 애들레이드로 가는 장거리 버스를 탔다. 우리나라 우등버스보다 못한 편. 편안한 여행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애들레이드의 첫 느낌은 도시가 바둑판처럼 간단해서 초보여행자도 길 찾기가 쉽다는 것. 이는 측량 책임자인 '윌리엄 라이트' 대령의 완벽한 설계 덕분이다.

중심부에 있는 빅토리아 광장에서 애들레이드 클래식 카 대회가 열렸다. 40년이 족히 될 옛날 차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그 차의 운전자는 다름 아닌 80대의 노신사였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차를 바꾸는 현실의 한국 사람들이 본받을 모습이다.

다음 행선지는 울룰루. 시드니 올림픽 성화가 처음 피어 오르는 곳이자 '에버리진(동남아계통의 호주 원주민)'의 성지다. 이곳에서는 20시간 걸리는 장거리 버스여행. 또 다른 느낌의 여행을 기대하며 버스에 올랐다.

제갈 성준(영남대 경영학과 4학년)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멜버른 시내를 달리는 시가전차 '트램' 2. 애들레이트 클래식 카대회에 나온 경주용 차들 3. 야경이 아름다운 '세인트 피터스'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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