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쌀협상 비준동의안 국회 통과

국회는 23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세계무역기구( WTO) 쌀 관세화 유예협상에 대한 비준동의안을 의결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민주노동당의 반발 속에 전자 표결을 강행, 표결참석 의원 223명 가운데 찬성 139, 반대 61, 기권 23표로 비준동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국내 쌀시장 보호를 위한 쌀 관세화 유예는 올해부터 오는 2014년까지 10년간 추가로 연장되게 됐다.

대신 기준연도(88∼90년) 쌀 평균 소비량의 4%(2004년 기준)인 한국의 쌀 의무수입물량은 올해(약 22만5천t)부터 1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7.96%(40만8천700t) 수준으로 늘어나게 된다. 또 그동안 가공용으로만 공급하던 수입쌀의 밥쌀용 시판이 내년부터 허용되며, 그 물량도 올해 의무수입물량의 10%에서 오는 2010년까지 30%로 확대된다.

이날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정부는 관계법령 정비 등을 거쳐 내달 초에 올해 의무수입물량 입찰 공고에 나설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관계자는 "낙찰, 계약, 운송, 통관 등의 절차를 거쳐 3∼4개월 뒤면 수입쌀이 우리나라에 들어올 전망"이라면서 "국내 시판은 내년 3∼5월이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이날 비준동의안 통과 이후 확대당정회의를 갖고 쌀산업근본대책 마련에 나서는 등 후속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기로 했다.

이날 표결에 앞서 노회찬(魯會燦) 단병호(段炳浩) 이영순(李永順) 의원 등 민노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 의장석을 한때 점거하며 강력 반발했고,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민주당 의원들도 의장석 주변에서 '처리연기' 시위를 벌였다.

또 이 과정에서 열린우리당과 민노당 의원들 간에 밀고 밀치는 몸싸움도 벌어졌다.

열린우리당은 국익을 위해 더 이상 쌀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미룰 수 없다며당론으로 찬성 표결에 나섰고, 한나라당은 의원들의 자유투표에 맡겼다.

우리당 정세균(丁世均) 의장 겸 원내대표는 동의안 통과 뒤 "협상결과가 만족할상황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다시 할 상황도 아니다"면서 "후속대책을 지금부터 잘세워 보완대책 마련에 차질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계진(李季振)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농민들의 타는 가슴을 생각하면 비통하고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 없으나 정부가 제출한 동의요청에 적시한 시기적 불가피성을 감안하면 농민들도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원내대표는 "쌀비준안 처리 연기의 뜻을 이루지 못해 참으로 착잡하고 안타깝다. 350만 농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면서 "붕괴 위기에처한 농업과 농민, 농촌을 살리기 위한 정책 마련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민노당 권영길(權永吉) 임시대표도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국회가 350만 농민에 대한 사망선고를 압도적 지지로 집행했다"면서 "열린우리당, 한나라당은 가증스런 '살농(殺農)대연정'에 한 몸이 됐다"고 주장했다.

쌀협상 비준안은 지난 6월7일 국회에 제출됐으나 민노당 등의 반발로 상정이 미뤄져 오다가 지난달 초 통일외교통상위에 상정된 뒤 질서유지권이 발동된 가운데 지난달 27일 상임위를 통과했고, 이날 국회 제출 5개월여만에 본회의를 통과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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