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 수학능력 시험 고사장은 유례 없이 '살벌한' 분위기였다. 지난해 전국을 강타했던 휴대전화 부정 행위의 여파 탓이다. '휴대전화 소지 자체만으로도 부정 행위로 처리한다'는 새 수능 규정이 초긴장 상태의 수험생들을 더욱 움츠러들게 했다. 일부 지역의 고사장에서는 교실 내에 금속탐지기가 설치됐고, 시험 도중 화장실에 가려는 학생은 금속탐지기 검사를 거쳐야만 했다. 살얼음판 위에서 시험을 치르는 격이었다.
◇ 전국의 수능 고사장에서 휴대전화 소지로 인해 퇴실당한 수험생이 여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의 애써 공부한 것이 헛수고가 됐으니 충격이 얼마나 클까. 최종 심사에서 부정 행위자로 간주될 경우 이번 수능의 무효 처리는 물론 내년에도 수능 기회가 박탈된다 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의도된 행위라기보다 긴장으로 인한 실수의 성격이 짙어 이 같은 조치가 너무 가혹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가 적발되지 않아 운 좋은(?) 수험생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 이제 수능은 끝났다. 가채점을하고 예상 점수에 따른 치밀한 지원 전략에 돌입하느라 부산할 때다. 점수가 높게 나온 학생도, 예상보다 낮게 나온 학생도 있을 것이다. 온 국민이 수능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아무튼 지금 중요한 것은 그간 마음 졸인 자녀들을 따뜻하게 안아주는 일이다.
◇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사람들이 또 있다. 전 국민의 관심이 수능 학생들에게 쏠려 있는 이때 한 쪽에서 남몰래 눈물 흘리는 학생들도 많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대학 대신 직장을 걱정해야 하는 학생들이다. 잠 설치며 공부하고 싶고, 살벌한 고사장 분위기에서 시험도 치고 싶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 진학은 꿈도 못 꾸는 학생들이다.
◇ 수능 시험일이던 23일, 전남 여수의 한 건물에서 엘리베이터 점검 작업을 하던 광주의 실업계 고교생 김모(18) 군이 추락사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린다. 인문계 수험생들이 수능 준비로 밤잠을 설칠 때 그는 실습생으로 현장에서 일했다.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고 받은 첫 월급은 35만 원. 그에겐 따뜻한 위로의 말도,간식을 챙겨줄 부모도 없었다. 졸업 후 돈 벌어서 야간대학에 가려다 그렇게 짧은 삶을 접어야 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다정한 눈빛 하나로도 소외된 이들의 아픔을 감싸 안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전경옥 논설위원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