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이모(53·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부대에서 휴가 나온 아들(21)에게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도록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최근 사회문제화 된 군 제대자들의 '중병(重病)' 발병이 잇따르면서 '혹시 우리 아들도…'라는 의구심에 이 씨는 이달 초 4박 5일의 100일 휴가를 나온 아들의 건강검진을 가족회의를 통해 설득했다.
군 복무 중 '위궤양' 치료만 받다 제대 4개월 만인 지난 달 27일 말기암으로 숨진 고(故) 노충국씨 사건 이후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제 2의 노충국'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휴가 나온 아들을 병원 건강검진센터로 데려가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 씨는 "아들에게 종합 건강검진을 받아보자고 얘기했으나 '휴가 기간도 짧은데 병원 갈 시간이 없다'는 아들을 설득, 병원에 억지로 끌고 가다시피 했다"면서 "군 의료체계를 신뢰할 수도 없어 미리 예약을 못한 탓에 종합건진 대신 기본검사라도 받아 한시름이 놓인다"고 전했다.
주부 최모(50·대구 남구 이천동) 씨도 경기도 전방에서 군 복무를 하는 아들의 건강 걱정 때문에 요즘 마음이 편한 날이 없다. 최씨는 "지난 번 휴가 나왔을 때 건강검진이라도 받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후회가 된다"며 "군대 가기 전 술도 많이 마시고 담배도 많이 핀 아들인지라 다음번 휴가 땐 병원에 꼭 함께 가볼 계획을 세웠고 이미 예약도 해놨다"고 했다.
역내 병원 관계자들도 휴가 기간에 종합 건강검진을 받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최근들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짧은 머리' 청년들의 건강검진이 심심찮게 이어지고 있다는 것.
계명대 동산의료원 한 관계자는 "노충국 씨 사망사고 여파인지 몰라도 휴가 기간에 종합건강검진을 받고 싶은데 언제쯤 예약하면 되는지 문의하는 군 장병 부모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고 말했다.경북대병원 관계자도 "지난 해부터 외래진료의 경우 군인들도 일반인과 똑같이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최근 휴가나와 외래진료를 받는 군장병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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