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타를 꿈꾸지도 않았다. 연주만 할 수 있다면 하루살이 인생도 부끄럽지 않다. 무대가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
모두가 캐주얼한 차림. 자유분방한 옷에 수염도 자연스레 길렀다. 비싼 옷은 아니지만 한껏 멋을 냈다. 남들 앞에서 궁핍한 내색은 절대 하지 않는다. 밤무대 악사들에겐 음악은 곧 자존심이기 때문이다.
'밤무대 악사'들이 사라지고 있다. 목숨보다 소중하게 간직했던 악기를 팽개쳤다. 아니 연주할 기회가 없다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것이다. 이제 저마다의 사연과 실력만 주변사람들에 의해 전설처럼 전해진다. 그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 쇠락 이유
92년 심야영업금지가 단초가 됐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노래방 등장과 IMF다. 특히 IMF가 가져다 준 경기침체는 유흥업소의 손님을 마르게 했다. 대구의 경우 노래방 등장 이후에도 악사들의 설자리는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IMF는 근본적으로 밤무대 연주자를 몰락시켰다.
컴퓨터 반주기는 음악에서 반주자가 필요없게 만들어 버렸다. 모든 반주는 컴퓨터가 대신하게 된 것이다. 비디오를 중시하는 방송매체도 한몫했다. 음악보다 볼거리 위주, 즉 댄스가 주 관심사 돼 버린 것. 특히 립싱크에 의한 음악은 반주자보다 컴퓨터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나이트클럽에서도 립싱크를 하는 경우가 있다. 반주 역시 컴퓨터가 대신한다. 반주자조차 연주보다 컴퓨터를 다루는 실력이 더 우선인 시대가 된 것이다.
# 활동 무대는
현재 악사가 활동하고 있는 곳은 대형 나이트클럽과 7080카페, 일부 레스토랑, 그리고 재즈 바 등이다. 대형 나이트클럽은 7'8인조 밴드가, 7080은 3'4인조 내지는 4'5인조 밴드가 연주를 하고 있다. 카페의 경우 통기타 반주에 의한 노래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유흥업소 숫자도 많이 줄었다. 당연히 악사가 일자리를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 일부 업소에서 출장 반주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지만 흔치 않는 실정이다.
# 활동 인원은
정확한 집계는 없다. 현재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악사들은 대략 150명 정도. 남자들이 대부분이다. 20'30대는 보통 보컬, 30'40대는 연주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여자의 경우 보컬로 활동하고 있는 악사가 많다.
# 수입은
생계가 어려울 정도로 수입이 여의치 않다. 대형 나이트클럽의 경우는 그래도 나은 편에 속한다. 7080 카페에서 연주할 경우 한달 200만 원을 받는 악사도 드물 정도다. 가끔 회갑잔치나 결혼피로연 연주 요구가 기다려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악사들이 많다. 택시기사나 대리운전, 퀵 서비스 등이 이들의 아르바이트 일이다. 아직 연주에 대한 미련이 남아 일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청춘을 받쳐 배운 일이기 때문이다.
# 경쟁, 또 경쟁
장기간 경기 침체로 일자리 얻기는 점점 어려운 실정. 그리고 컴퓨터 반주기로 대신 하는 업소가 많아져가고 있는 것도 이들을 힘들게 한다.
작년 가을부터 7080 붐을 타고 악사들의 일자리가 부쩍 늘었으나 올 들어 급속히 줄고 있는 추세. 수성못 일대와 달서구 본리동, 성서 등에 일부 남았지만 활동하고 있는 악사 수는 많이 준 상태다.
외국인 악사와도 경쟁해야 한다. 자가 맥주를 팔고 있는 브로이를 중심으로 외국인 악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 특히 필리핀 연주자가 많다. 가창력과 연주 실력도 괜찮고, 개런티가 싸기 때문. 관객의 반응도 좋아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여 경쟁은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 그래도 라이브 음악이 좋다
연주자와 관객의 교감이 없는 연주는 죽은 연주다. 따라서 현장에서의 만남은 자연스레 친밀감을 유발한다. 무대 위 연주자의 호흡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립씽크나 MR(Music Record), 컴퓨터 반주가 따라 올 수 없는 생동감이 라이브 무대에는 있다.
7080 카페에 자주 들른다는 정순희(42'가명'달서구 이곡동)씨는 "라이브 음악은 정교함은 다소 떨어지지만 음악에서 지난 날의 추억을 느낄 수 있어 찾는다"며 "비올 때나 마음이 우울할 때 신청곡을 청할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고 말했다.
최재수기자 biochoi@msnet.co.kr
(2005년 11월 24일자 라이프매일 www.life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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