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행정도시법 헌소 각하' 의미

헌법재판소가 24일 행정도시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묻는 헌법소원에 대해 각하 결정을 내린 취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수도가 이전된다거나 분할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수도 =서울'이라는 관습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한 문장에 담겨 있다.

◆'대체입법'보다 '보완입법'에 무게=행정중심복합도시는 말 그대로 행정부처들이 옮겨가는 곳일 뿐 국가의 중요정책이 최종 결정되거나 외교사절들이 국제관계를 형성하는 장소가 아니며 수도를 상징하지도 않는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행정도시특별법은 지난해 헌재에서 8대1의 압도적 의견차로 위헌결정이 난 신행정수도특별법을 기본 틀로 하면서도 '관습헌법 위반' 논란을 해소하려는 '보완장치' 를 마련했다. 국회와 청와대 및 6개 정부부처 등을 이전 대상에서 제외하고 177개 공공기관전국 분산배치 계획을 추가한 것이다.

'법의 기본 틀이 무엇이냐'에 주목하면 위헌의견에 무게가 실리지만 '신행정수도특별법 헌법소원 당시 지적된 문제점을 보완했느냐'는 문제를 따지면 각하나 합헌의견이 설득력을 갖는 상황에서 헌재는 후자 쪽에 비중을 둔 셈이다.

◆재산손실 보전주장 인정 안돼=이 같은 행정도시특별법의 '법리적' 쟁점 외에 '실질적'으로 청구인단과 지역 주민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는 재산권 침해 부분이다.

수도권 지역 주민들은 충남 지역에 정부 주요기관들이 옮겨가게 되면서 부동산시세 하락 등 손실을 우려하고 있고 충남 지역 주민 중에서도 토지수용에 따라 충분한 보상금을 받지 못한다는 주민들은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하고 있다.

청구인단은 이 같은 재산권 침해, 크게 보면 기본권 침해 문제를 177개 공공기관 이전에 따른 해당 공무원의 기본권 침해와 납세자 권리 침해, 충남 이외 지역 주민들의 상대적 손실 등으로 문제화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법 시행으로 수도권 주민들이 재산적 손실을 입는다 해도 단순한 이윤추구기회나 유리한 상황이 지속되리라는 이 지역 주민들의 기대나 희망은 법적으로 보호되는 기본권이 아니며 '납세자의 권리'도 직접 침해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론통합은 남은 과제=헌재가 이번에 '합헌(기각)'이 아닌 '각하' 판단을내렸다는 점에서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 '기각'은 곧 '합헌'으로 이어지지만 '각하'는 위헌인지 합헌인지에 대한 판단대상이 되지 못할 때 내려진다.

따라서 헌재는 국민적 논란이 적지 않은 이번 헌소에 대해 내부적으로 심리절차를 거쳤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합헌 결정을 내렸다는 평가를 받지만 엄밀한 의미에서는 그것이 '합헌' 결정은 아니다.

헌재가 이날 헌법 72조에 규정된 대통령의 국민투표 발의권을 언급하면서 "신행정수도법의 '대체입법'이라는 논란이 적지 않게 빚어지고 있는 이 법에 대해 대통령이 전체 국민 의사를 물어 논란을 종식시키는 게 국론통합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느냐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는 유보적 문장을 담은 점도 주목된다.

대통령의 국민투표 발의권은 재량적 권한이고 국민이 대통령에게 국민투표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법적 원칙은 밝히면서도 국론통합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음을 권고 또는 시사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판관들 사이에서 행정도시 특별법의 위헌 여부에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은 점도 국론통합의 필요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권성, 김효종 두 재판관은 "이 법으로 서울이 수도의 기능을 잃지는 않지만 행정도시도 수도의 지위를 갖는다고 볼 수 있어 '수도분할'로 볼 수 있다"며 신행정수도특별법 때처럼 위헌의견을 유지했다.

결국 정부가 행정도시특별법을 시행·추진하는 데는 이제 정책적·법률적으로는아무 장애가 없게 됐지만 이 법에 반대하는 지역의 민심을 다스리고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끌어내는 일은 중요 과제로 남은 셈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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