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不用예산' 아무 데나 버리는 돈인가

연말이 되면 도로를 파헤치고 보도블록을 바꾸는 공사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관행화 되다시피 한 이런 풍경은 여러모로 잘못됐다. 우선 멀쩡한 보도블록을 왜 걷어내고 바꿔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뒷골목 세도로의 보도블록은 엉망이 되어도 바꿔줄 생각도, 실태 파악도 않으면서 간선도로는 시민 통행 불편은 안중에도 없이 공사를 벌여 놓는다.

공사 경비는 말할 것도 없이 시민들이 어렵사리 낸 세금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주권을 방기하듯 세금 용처에 대해 관대하기 짝이 없지만, 멀쩡한 보도블록을 캐내 버리는 공사 현장을 볼 때만큼은 억울한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돈을 거저 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또 꼭 필요한 공사라면 왜 부실의 위험이 높은 추운 겨울에 하는지, 공사를 하면 안내판이라도 하나 세워 시민들의 이해를 돕는 게 옳을 텐데 그런 것도 없다. 시'군'구 자치단체들은 왜 시민의 세금을 이렇게 낭비하는가. 이런 악습과 나쁜 관행에서 탈피할 방법이 없는가.

쓰지 못하고, 쓰고 남아서, 이른바 불용예산으로 넘겼다간 다음에 불이익을 당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연내에 어떻게 든 처분을 해야 한다는, 아무 곳에나 써버려야 한다는, 웃을 수 없는 관행을 더 이상 용인할 수는 없다.

예산 편성.집행의 경직성과 환경변화에 따른 예측불가능성 때문에 불용예산이 생길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범위가 작은 기초 자치단체 규모에선 그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고 그래야 기초 자치의 의의가 있다 할 것이다. 단체장도 시민의 세금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하고 기초의원들 또한 예산 편성과 집행의 엄중성을 재인식해야 한다.

남는 예산을 꼭 사용해야 하겠다면 진정 필요한 곳, 그동안 살피지 못했던 어두운 곳에 사용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멀쩡한 보도블록을 내버리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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