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정치권 "일단 환영"…속내는 제각각

24일 헌법재판소의 행정도시특별법 헌법소원 각하 결정에 대해 여야의 표정은 미묘했다. 행정도시법을 국회에서 합의통과시킨 마당에 여야가 동시에 환영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속내는 다를 수밖에 없다. 헌재 결정을 정국반전의 계기로 삼으려는 여당과 이를 차단해야 하는 야당 간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다.

◆환영하는 여권=청와대는 비교적 차분했다.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국민 여러분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노무현 대통령은 헌재 결정 직후 김영주 경제수석으로부터 관련보고를 들은 뒤 "앞으로 (행정도시 건설계획이) 차질 없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대신 열린우리당은 발빠른 모습을 보였다. 정세균 의장과 당지도부는 헌재 결정 후 국회에서 환영기자회견을 갖고 곧바로 충청도 현지로 내려갔다. 행정도시법 효과를 선점하기 위한 발빠른 포석이었다.

정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행정중심도시 특별법은 수도권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니다"면서 "균형 감각을 갖고 지방과 수도권이 윈-윈하는 정책을 성과있게 추진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도부는 충남 천안과 조치원에서 열린 환영대회로 이동했다. 정 의장을 비롯 김덕규 국회부의장 배기선 사무총장 등 지도부와 의원 10여 명이 함께 했다.

◆복잡한 한나라당=이계진 대변인은 공식논평에서 "헌법재판소 결정을 국운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 대변인은 그러나 "수도 이전이 이미 위헌판결을 받은 바 있는 만큼 이번 헌재결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이 같은 한나라당의 공식반응은 박근혜 대표의 고민이 반영된 것이다. 박 대표는 지난 3월 당내 반대를 무릅쓰고 행정도시법 국회 통과에 협조했지만 소득은 기대 이하였다.

덩달아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수도분할 반대운동이 재점화할 우려가 있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한편 당내 대권주자 중 유일하게 행정도시법에 반대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은 의외로 차분했다. 이 시장은 "수도분할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올바른 정책이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위헌 논란은 종결된 것으로 본다"며 더 이상 문제삼지 않을 뜻임을 밝혔다. 손학규 경기도지사는 "헌재 결정을 참으로 의미있게 평가하며 환영한다"며 적극 찬성했다.

◆민주당·민주노동당=민주당 김재두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고 환영한다"며 "이제는 행정도시 건설을 놓고 더 이상 소모적인 논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도 "오늘 결정을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행정도시 문제를 둘러싼 정략적 행위를 중지해달라"고 밝혔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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