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탄생 / 월터 A. 프리드만 지음 / 조혜진 옮김
30대에 억만장자 세일즈맨이 된 폴 마이어. 그의 초년 시절 일이다. 그는 이왕이면 최고 경영자들을 만나 상담을 하기로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찾아 다녀도 어느 곳에서도 최고 경영자를 만날 수가 없었다.
마이어는 연구를 시작했다. 그리고 하루는 예쁜 리본으로 장식한 상자를 비서를 통해 사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비서가 전해준 상자를 연 사장은 그 속에 들어있는 글을 읽고 빙그레 웃으며 마이어와의 만남을 허락했다. 거기에는 이런 글이 들어있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도 매일 만날 수 있는데 어째서 사장님 만나기는 그렇게 힘듭니까?"
기업이 단지 생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세일즈의 중요성이 날로 강조되고 있다. 품질에 대한 피드백에서부터 적정 가격의 조정문제, 또한 새로운 주문을 얻어내는 역할까지 세일즈맨의 역할은 막중하다.
때문에 '말로만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오해를 덮어썼던 세일즈맨들은 이제 기업 활동을 마무리짓는, 그리고 기업의 성패를 결정짓는 최전방의 전위군으로 막중한 임무를 띄고 있다.
월터 A. 프리드만이 쓴 '세일즈맨의 탄생'은 "안되는 것을 되게 하라"는 철칙으로 지난 200년간 세계 경제를 이끌어온 세일즈맨십의 변천사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는 커다란 가방에 온갖 물건을 잔뜩 넣어 마을마다 돌아다니던 1800년대의 보따리상부터 1980년대의 세련된 IBM 세일즈맨까지 현대 세일즈의 역사가 드라마틱하게 펼쳐져 있다.
통일된 화폐가 없던 1800년대의 미국.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급자족으로 생활을 영위했고, 물물교환으로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얻었던 이 때 한 주(州)에서 다른 주로 물건을 파는 행위는 무역과 같았다.
보따리상, 지금의 세일즈맨은 드넓은 대륙에 띄엄띄엄 떨어져 공동의 마을을 이루고 살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전해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통일되지 못한 화폐, 주마다 다른 법률, 사람들의 경계 등 각종 장벽을 기술과 말솜씨로 하나씩 허물어뜨리며 세일즈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갔다.
보따리식 판매가 전부였던 초기 세일즈는 자신이 체득하고 깨달은 판매의 방법을 노트에 기록하고 다른 판매원들에게 알려주고, 훗날 외판원을 그만 뒀을 때 당시의 일을 회고형식으로 남기면서 현대 경영학의 한 분야로 자리잡아 갔다.
마크 트웨인은 위대한 작가이자 대단한 책장수였다. 그는 계획에서부터 영업망 구축, 판매 방법, 외판원 모집 등에 이르기까지 세일즈의 시스템을 구축했다. 금전등록기 업계를 일으켜 세운 존 패터슨은 성과급제, 대리점제, 직영제, 급여제, 외판원제도, 수당제, 장려금, 자회사, 할부제, 신용판매 등 모든 판매술을 만들어냈다.
세일즈는 갈수록 발전해 1920년대에 심리학자와 경제학자들이 뛰어들었고 많은 대학에서 정식으로 판매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대공황이 전 세계를 강타할 때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때도 세일즈맨들은 세일즈맨십을 강조받아 왔다.
NCR사의 패터슨 사장은 세일즈맨 워크숍을 진행하던 중 한 건물을 하룻밤 사이에 전부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잔디를 심으라는 지시를 부하 직원 에드워드 디즈에게 내렸다.
디즈는 인부들과 함께 죽을 고생을 하여 세일즈맨들이 자는 동안에 그 일을 완수했다. 다음달 패터슨은 "이렇게 마술처럼 건물이 사라진 것을 이용해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다"고 설득했다.
'자본가들의 도시'의 저자 스벤 베커트는 "세일즈맨이야말로 방대한 미국의 제조산업에서 쏟아지는 제품을 유통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했다.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어 상품을 선전하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는 광고로 인해 판매원들의 필요성은 점차 줄어들고 20세기가 되면 사라질 것이라는 예견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세일즈맨들의 숫자는 그 어느 시대보다 많다. 전체 고용인력의 약 12%를 차지한다는 통계에서 보듯 세일즈맨은 예나 지금이나 경제의 한 가운데 놓여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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