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 우리는 오복(五福) 가운데 '수(壽)'를 으뜸으로 치고, '부(富)'를 그 다음으로 여겼다. 인간이 오래 사는 건 '하늘의 뜻'이며, 돈은 '사람이 만든다'는 사실 때문에 그 다음에 놓아야 한다는 게 전통적인 '부관(富觀)'이었다. 그런데 다섯 가지 복 중엔 '귀(貴)'가 포함되지 않았다. '서경(書經)'의 해석은 사사로이 혼자 잘사는 '귀'를 '복'의 반열에 넣을 수 없다고 했듯이, '부'는 여러 사람을 위해 착하게 쓰여 질 때 '복'의 가치를 지닌다고 본 게 아닐까.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공직자 재산 공개를 보면 이 두 가지를 누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많은 땅을 가지고 또 많은 부동산을 불법으로 위장 취득한 경우마저 적지 않다. 이런 바람은 서민들에게도 거의 마찬가지다.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해 '부귀'를 누리고 싶은 욕망이 끝이 안 보일 정도다. 오로지 '나' 밖에 모르는 풍조는 이제 많은 사람들을 향해서는 물론 부모에게조차 별로 다르지 않다.
지닌다고 본 게 아닐까.
○…노인들이 의료기술 발달 등으로 건강 걱정이 줄어든 대신 고령화 시대에 여생을 꾸려갈 돈에 대한 근심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2005년 사회 통계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들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경제적인 문제(45.6%)를 꼽아 건강(27.1%)을 압도했다. 불과 3년 사이에 걱정거리 1순위가 뒤바뀐 셈이다.
지닌다고 본 게 아닐까.
○…이 같은 현상은 본인이나 배우자가 생활비 직접 마련(59.1%)이 뛴 반면 자녀나 친척의 도움을 받는 경우(36.2%)가 크게 준 데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더구나 자녀와 함께 살고 싶지 않다는 노인이 52.5%나 되며, 이 가운데 85.3%가 자기 집에서 여생을 보내기를 희망한다는 사실은 뭘 말하는가. 따로 사는 게 편하고 생활비 해결도 가능해서 그런 경우도 있겠지만, 세태가 크게 달라진 탓이 적지 않다.
지닌다고 본 게 아닐까.
○…'논어(論語)'에는 '제(齊)나라 경공(景公)이 말 4천 필을 가졌으나 죽은 날 백성들이 부(富)를 덕(德)이라 칭하지 않았으며 백이숙제는 수양산에서 굶어 죽었으나 만민이 그 덕을 칭찬했다'는 고사가 나온다. 한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노후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한 노인이 71.7%나 되는 걸로 나타났지만, 노인 문제는 우리 사회의 뜨겁고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돈을 착하게 쓰려는 전통적인 부관(富觀)이 아쉬운 세태다.
이태수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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