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같은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궁금하다면 '자동차동호회'란 검색어로 인터넷을 뒤져볼 일이다. 전국에 걸쳐 동호회만도 500∼600곳, 회원 수도 100만 명을 넘는다.
이중 차종별동호회는 차량마다 있을정도로 다양하다. 대구·경북에만도 동호회가 40∼50개에 이른다. 대구경북 마티즈동호회 'M.L.M(cafe.daum.net/MatizLM)'이나 '마티짱'(www.matizzang.net), '1000cc.net'(www.1000cc.net)등등. 동호회 모임속으로 들어가봤다.
◆이색적인 '떼 달리기'
'떼 달리기'는 동호회의 정기적인 오프라인 행사. 대구경북마티즈 동호회는 매달 한번씩 대구에서 1시간~2시간 거리의 인근 지역으로 야외 드라이브를 떠난다. 이때는 참가차량이 일렬로 늘어서 달린다. 일종의 '세 과시'인셈이다.
지난 일요일인 20일 오전 10시 대구 월드컵경기장 제2주차장. 녹색, 흰색, 빨간색 등 색색의 마티즈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해 10대의 무리를 이뤘다. 이들은 지난 7월부터 모임을 시작한 M.L.M 회원들. 아직은 회원이 많지않은 61명. 이 가운데 20여 명이 모임에 참가했다.
이날은 '떼달리기' 목적지로 경주를 선택했다. 간단하게 인원점검을 마치고 순서를 정했다. 전조등, 비상등을 켜고 라디오는 주파수를 맞춰 회원들간 통신을 열어뒀다. 길을 제일 잘 아는 회원이 선두에 서고 무전기를 들고 있는 회원들이 중간중간에 배치됐다. 뒤쪽에는 나이많고 운전도 능숙한 회원이 담당한다.
10대가 넘는 차량이 일렬로 주행하는 것은 때론 다른 운전자들에겐 방해가 되기도 하는 게 사실. 줄을 맞추기 위해 다른 차량의 끼어들기를 막기도 하고 좌회전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은 직진하는 동호회 차량이 모두 통과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때도 있다. 이럴땐 고개숙여 '미안함 표시하기'를 잊지않는다. 가끔 들뜬 기분에 틀어놓은 음악이 소음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일렬로 마티즈 10여 대가 달리는 자체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겐 볼거리다. 회장 최인목(23) 씨는 "사실 떼지어 달리며 주변의 부러운 시선을 느끼는것도 재미중의 하나다"고 고백했다. 이들이 영천을 지나자 경북 예천에서 내려온 마티즈 1대가 합류했다. 선두에 서 있는 회원은 2, 3번 사이에 자리를 비워 안전하게 '떼 달리기'를 하도록 배려했다.
건천휴게소를 지날 때쯤에는 짖궂은 대형 트럭 운전사가 이들 사이에 끼어들어 한참동안 시야를 막는 등 훼방을 놓다 미안한듯 장난스럽게 손을 흔들며 옆으로 빠지기도 했다.
이날 '떼 달리기'에 참가한 회원들은 대부분 연인이나 부부 등 커플들. 이들은 오후 1시쯤 경주보문단지에 도착, 미리 예약해 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보문호수 주변을 다니며 친목을 다졌다.
◆ 나만의 '차꾸미기'
동호회원들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직접 차를 꾸미고 정비할 수 있다는 것. 부품구입 뿐만 아니라 배선까지 다 해낸다. 다른 회원들한테 도움을 청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 'M.L.M' 회원 이치영(32·여·회사원) 씨는 비오는 날 미등을 하루종일 켜뒀다 방전된 일이 있었는데 이를 방지하는 센서를 소개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이들의 차꾸미기도 남다르다. 이들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200만 원정도 차꾸미기에 돈을 쏟아붓는다. 많게는 500만 원을 들이는 경우도 있다. 주로 꾸민곳이 범퍼, 차유리, 안테나, 마후라, 내비게이션이다. 각종 튜닝은 공동구매로 싸게 구한다. 동호회를 상징하는 스티커도 공동구매해 차에 부착했다. 'M.L.M' 카페 운영자 김영철(30·회사원) 씨는 "하나하나 차를 꾸며나가다보니 어느덧 차량 가격보다 더 많이 튜닝에 투자했다"면서도 싫지않은 표정을 지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 : 지난 20일 대구 월드컵경기장 주차장에 모인 'M.L.M' 회원들이 경주로의 '떼 달리기'에 앞서 밝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 보이고 있다. 이상철기자 finder@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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