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유방·골수암 이기고 불우이웃 돕는 복원옥씨

"어려운 이웃을 돌보면서 암이란 난치병을 물리칠 수 있었어요. 덤으로 사는 인생, 어려운 사람들에게 사랑을 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집을 나서는 복원옥(52·여·대구시 남구 봉덕동) 씨의 손에는 늘 홍삼과 상황버섯 달인 물, 빵, 사탕이 가득 들려 있다. 경북대병원에서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 그리고 동네 인근 홀몸노인들에게 나눠줄 '선물'이다. '선물'을 나눠주고 안부도 묻고 병수발을 하며 뛰어다니다보면 하루 해가 짧다.

복씨가 봉사활동을 한 것은 벌써 8년째. 그녀 스스로 유방암과 골수암 진단을 받은 뒤부터다.

"시골서 어렵게 자라 한국통신공사에 입사한 뒤 열심히 일하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지요. 하지만 퇴직금을 빌려줬다 다 떼이고는 우울증에 빠졌다가 1997년 유방암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수술을 했지만 골수암까지 앓게 됐습니다. 돈에 대해 너무 짜게 굴었던 탓인지 주위에서도 절 동정하지 않는 눈치였어요. 저도 주위 사람들을 원망했고요."

두 손으로 종이 한 장 들기 힘들었을 정도로 힘든 투병생활을 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할 정도였다.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다는 말도 했다. 헤어나기 힘든 절망에 빠졌다. 8개 월 남짓 병원을 오가다 모아뒀던 돈도 거의 다 써버렸다.

삶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에서 '기적'이 복씨를 찾아왔다.

"죽음을 앞두고서야 제 인생에서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한 일이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병원치료를 그만두고 치료비 3천여만 원을 불우이웃돕기 TV프로그램에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밤마다 병마를 이기게 된다면 다른 사람을 위한 삶을 살겠다고 기도했어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되면서 몸 속 병마가 1년 만에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이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된 덕분이라고 굳게 믿는 복씨. 그는 암으로 투병 중인 사람들에게 죽을 끓여 건네면서 낫기를 원하면 남을 사랑하고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라고 조언해오고 있다.

낯선 사람의 방문에 마음을 열지 않던 환자들도 한결같은 복씨의 태도에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홀몸노인들도 마찬가지. 복씨에게 받기만 하던 사람들이 자신의 것을 나눌 줄 알게 된 것. 시한부 인생을 살던 암환자들은 다른 사람에게 주라며 자신의 옷이며, 빠진 머리를 가리던 가발을 복씨에게 건넸다. 홀몸노인 몇몇은 고물을 주워 모은 돈을 한사코 마다하는 복씨 손에 쥐어줬다.

"이젠 주위에서 조금씩 도와줘 힘이 납니다. 매일 같이 옷가지며, 먹을 것을 챙겨들고 제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찾아갑니다. 물론 몸은 힘들지요. 지금도 입 안이 다 헐었으니까요. 하지만 남을 도우러 나설 때면 저절로 흥이 납니다."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딸을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복씨는 '제2의 인생'이 다하는 날까지 남을 사랑하며 살겠다는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서로 조금씩만 나누고 사세요. 사랑하고 살면 인생이 더욱 아름다워지고, 행복해질겁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사진 : '사랑의 메신저' 복원옥 씨가 홀로 사는 김모(77) 할아버지를 친정 아버지를 대하듯 정성을 다해 돌보고 있다. 김태형기자 thkim21@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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