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직전에 처한 배에서 가장 진지한 대화가 오고 간다."(레오나르도 다 빈치)
'피카소 만들기'란 책을 보면 1904년 2월 24일 '곰의 가죽'이라는 그룹이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되는데, 이 그룹은 동시대 미술 작품을 수집하는 다소 모험적인 사업투자 모임이었다. 앙드레 르벨이라는 리더가 회원을 모아 조합 형식으로 만든 그룹인데 주로 피카소와 마티스 등 그 시대 아방가르드적인 그림을 구입하였다. 피카소와 마티스는 이제 막 작가로서 활동을 시작하는 20,30대 작가였고, 이들은 선배화가인 세잔이나 고갱과 경쟁해야만 했다.
'곰의 가죽'이라는 그룹은 자금을 모으기 위해 1년에 얼마씩 모아 동시대 미술작품에 투자할 수 있게 13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10년 후인 1914년에는 이들이 모은 작품을 경매를 통해 팔아서 엄청난 수입을 창출해내고, 그 이익의 20%를 작가들에게 되돌려주었다.
아폴르네르를 비롯한 평론가들이 '곰의 가죽' 경매에 그토록 열광했던 것은 자신들의 평론이 해주지 못한 걸 이날의 경매가 대신해주었고, 경매에서 동시대 작품들이 비싼 값으로 팔려 사람들이 작품성을 인정해 주었다는 점이다. 이런 것을 통해 평단의 인정과 상업적 성공이라는 톱니가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런 것은 실험미술과 주류미술이 미적·경제적 합류가 이미 시작됐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벌써 100년 전의 이야기다.
미술작품을 생동감 있게 전시하고 판매하려면 그림을 보는 안목과 그 작품에 투자할 수 있는 용기있는 화상이 필요하다. 거기에 동조하는 개인 수집가가 많을수록 그림 시장이 활기 있음은 물론이다.
지금 대구에서는 경제는 어려우나 미술에 대한 관심은 서서히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때가 미술 작품을 구입하기에 적당한 시기이다. 왜냐하면 그림값이 싸기 때문이다. 미술감상과 수집을 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면 전시장에 자주 가서 화가와 직접 대화도 나누고, 미술작품에 투자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화랑의 큐레이터나 미술비평가나 작가들에게 조언을 얻어 미술감상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고 작품 구입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어떤 경로를 통하든지 그림시장은 활성화되어야 한다. 소규모 아트페어나 경매시장은 꾸준히 시도되어야 하고 화랑은 새로운 작가 발굴에 힘써야 한다. 지금도 미술감상회나 미술연구회, 개인 콜렉터들이 끊임없이 활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화가들도 새로운 미술시장에 대처해 나가기 위해 '화가신용협동조합'이라도 만들면 어떨까?
정태경(서양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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