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결정될 8개 첨단업종에 대한 국내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이 '제한적' '선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에 구미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애써 의미를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미 수도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수도권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더욱 비대해지면서 '지방경제'를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로 변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메카였던 '구미-대구'는 수도권에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면서 서서히 위기를 겪다가 이번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또 구미에 이은 대구 경제의 심각한 타격은 대구·경북 전체의 장기침체로 이어지고, 결국에는 영남경제권 전체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국가 경쟁력도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파주 LCD클러스터의 경우 지난해 3월 착공 당시만해도 LG필립스LCD 산업단지 51만 평과 협력업체 단지 50만 평 규모로 발표됐으나, 현재는 당동(19만 평), 선유(40만 평), 연천(12만 평)에다 운정지구에 세워질 대규모 R&D(연구·개발)센터까지 합하면 총 130만~150만 평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사업추진 과정에서 지역민들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시나브로 규모를 키워온 것이다.
LG그룹은 또 오는 2006년 중반쯤부터 구미공장에서 능동형(AM) OLED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지만, LG전자는 파주LCD클러스터에 7천억 원을 투입해 2007년부터 OLED 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파주 OLED 공장은 '능동형'을 생산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구미는 7세대 LCD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OLED 분야까지 파주에 빼앗길 절체절명의 순간에 놓인 것이다.
우리 지역사회는 그동안 생산 46조 원, 수출 327억 달러(2004년 말 기준)를 달성하고 올해 생산 50조 원, 수출 350억 달러를 바라보는 구미산업단지의 화려한 빛에만 도취되어 그 깊은 그림자를 외면해 왔다. 삼성과 LG 계열 14개 대기업이 구미 전체 생산의 83%와 수출의 91%를 차지하지만, 이들 대기업의 본사기능은 물론 R&D 기능의 거의 대부분을 수도권에 의존하고 있다는 냉혹한 현실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한 것이다.
대구경북지역혁신협의회 이창용 사무국장은 "서서히 진행되던 지방의 첨단산업기반 유출이 이번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으로 더욱 촉진될 것"이라면서 "지역혁신의 관건은 기업, 그중에서도 특히 대기업인 만큼 구미의 대기업 산업기반을 지키고 확대·발전시킬 수 있는 특단의 정책적 대안과 실천을 위해 대구경북 지역민의 하나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미상공회의소 김중배 조사진흥팀장은 "구미와 대구 경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모바일 등 첨단산업의 경우 항공물류가 중요한데, 현재 수송에 4, 5시간씩 걸리는 인천공항을 이용함으로써 엄청난 부담과 경쟁력 약화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구미와 대구, 부산, 울산, 창원 등 영남권 주요도시들이 1시간 거래 내에서 함께 이용할 수 있는 허브공항을 신설, 우리 지역에도 세계로 향한 하늘길을 여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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