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를 켠 후 가장 먼저 게임을 시작한다, 게임을 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밥을 먹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한다, 게임을 하느라고 밤을 새운 적이 많다, 게임을 하지 않을 때는 늘 게임에 관한 생각들뿐이다, 꿈에서도 게임에 관한 꿈을 꾼다, 주인공이 다치거나 죽으면 마치 내가 그러는 느낌이 든다, 게임을 하다가 고함을 치는 경우가 많다…. 온라인 게임중독의 자가진단 항목들이다.
◇ 햇볕이 강하면 그늘도 짙다던가. IT 강국으로서의 자부심이 드높은 우리 사회에서 요즘 인터넷으로 인한 폐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온라인 게임 중독자들이 급증, 갖가지 부작용들이 나타나고 있다. 며칠 전, 아침부터 저녁까지 밥도 거른 채 집에서 온라인 게임만 하던 서울의 모 고교생이 게임 도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엔 또 PC방에서 4시간 이상 게임만 하던 20대 여성이 쓰러져 아직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있다 한다.
◇ 온라인 게임으로 인한 충격적인 사망 사고는 최근 부쩍 많아졌다. 지난 1월 경남 사천시 이모 씨 90시간 게임 중 사망, 8월엔 대구의 이모 씨 50시간 게임 중 사망, 9월엔 부산의 김모 군 게임 후 사망 등 온라인 게임 도중 사망에 이른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장시간 온라인 게임으로 몸이 틀어져 5초 이상 정면을 볼 수 없게 된 20대 청년도 있다. 게임 중독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던 대학생이 자살한 예도 있다.
◇ 우리나라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은 지난해 약 1천117만8천 명으로서 국내 거의 모든 가구가 가입해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청소년의 약 90%가 컴퓨터를 갖고 있는 데다 이들 상당수는 어려서부터 온라인 게임에 익숙해져 있다. 뭔가 특단의 해결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이 같은 온라인 게임 중독 사망자는 계속 이어질 수도 있다.
◇ 지난 19일 울산에서 열린 한 특강에서 로버트 김은 한 마디 쓴소리를 했다. "컴퓨터 게임과 노름만 하는 한국은 진정한 IT 강국이 아니다"라고. 대한의사협회 등 15개 시민사회단체가 27일 공동 발의문을 통해 "인터넷의 역기능에 무방비로 노출된 청소년 보호를 위해 사회 전체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 게임 중독 예방을 위한 전 사회적 대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21세기판 '죽음의 덫'을 피할 수 있는 방책을 찾는 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전경옥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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