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은 대개 수능 점수와 학생부 성적 등으로 지원 대학을 선택해서 필요한 대학별 고사를 준비하면 된다고 간단하게 생각한다.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입시에는 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수험생의 성적대에 따라서는 입시 결과를 완전히 뒤바꿔놓을 정도로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다. 자신은 얼마나 충실하게 입시 전략을 짜고 있는지 아래 사항들을 하나하나 점검해 보자.
① 수능 점수는 충분히 연구했는가=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가채점해본 원점수 총점을 바탕으로 친구들이나 입시기관의 분석 자료들을 보며 울고 웃는다. 그러나 표준점수제 아래서는 원점수의 결정력이 절대적이지 않다. 원점수 총점은 배치기준표를 보는 데만 쓰일 뿐 더욱 의미가 약하다. 일단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는 평소 모의고사 영역별 점수와 입시기관들의 영역별 평균점수 추정치, 자신의 수능 점수 등을 다양하게 비교해 감을 잡아야 한다. 또한 영역별로 봤을 때 자신은 상대적으로 어느 영역을 잘 쳤는지, 어느 영역의 반영비율이 높을 때 불리한지, 표준점수로 변환했을 때 탐구영역 간 유·불리가 어떻게 달라질지 등도 중요한 검토 대상이다.
② 대학별 요강은 얼마나 공부했는가=대학별 입시 요강은 고교 교사들조차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기 불가능할 정도로 다양하다. 자료집을 한 번 훑어보는 정도로는 이해가 어렵고, 대학 간 비교는 불가능하다. 수능시험 공부를 하는 심정으로 대학의 입시 요강을 들여다봐야 한다. 비슷한 수준의 대학들 가운데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곳이 어디인지 찾아내려면 며칠을 공부해야 할지 모른다. 이렇게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자신이 지원할 대학을 모집군별로 3~5개씩 압축해두었다가 수능 성적 발표 후에 지원 범위를 좁혀 원서를 접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려운 내용은 해당 대학에 전화하면 기대보다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③ 수능 점수 때문에 체념하진 않았는가=올해 수능시험은 수리와 탐구영역 등에서 난이도가 다소 높았기 때문에 평소 모의고사에 비해 점수가 내려간 수험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자신의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훨씬 못 미친다고 해도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원서 접수도 하지 않은 채 재수 학원을 기웃거리는 것은 설사 재수를 한다고 해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입시의 전 과정을 끝까지 충실하게 경험해본 뒤에 재도전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 논술이나 면접·구술고사 역시 수능 점수가 대학의 지원 가능점에 다소 모자란다고 해도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실제 성적이 발표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데다, 논술이나 면접·구술을 잘만 준비하면 수능 점수 몇 점 차이도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착실하게 준비해야 한다.
④ 지원 대학·학과의 선호도는 파악했는가=매년 대학입시를 보면 일정한 지원 경향이 나타난다. 상위권에서 의·약계열 선호도가 높은 것이나 취업난 때문에 사범대와 교육대 강세가 두드러지는 점 등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문·자연 모집단위별로, 대학별로 각기 다른 경향을 보이는 곳도 있으므로 유념해서 살펴야 한다. 가령 A대학의 경우 최근 3년 사이 법학과와 경영학과의 경쟁률, 합격선 등이 널뛰기를 했다든가, B대학의 특정 학과는 합격선이 높아 경쟁률이 낮은 현상이 되풀이돼 추가 합격자의 실제 합격선은 낮다든가, C대학의 특정 모집단위는 복수합격에 의한 이탈이 많아 추가 합격자를 양산한다든가 하는 등의 정보는 노력하는 사람만 얻을 수 있다.
⑤ 모집군별 지원 전략을 제대로 세웠는가=대부분의 입시 전문가들은 정시 지원 때 소신과 적정, 안전을 병행하라고 조언한다. 정석적인 얘기지만 의외로 안전 지원이라는 학과의 합격선이 높아지거나, 모험적으로 지원한 학과가 미달되는 등의 현상은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같은 학과라도 모집군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한다. 경쟁 관계에 있는 학과들의 분할모집 합격선이 지그재그로 나타나는 현상도 있다. 일반적인 지원 전략을 따르는 것도 좋지만 한두 모집군에서 소신지원한다면 이 같은 역발상도 충분히 검토해볼 만하다.
⑥ 전문대는 방치하지 않았는가=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수능 점수가 기대만큼 안 나오면 4년제 대학에 소신지원한 뒤 쉽게 재수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4년제 대학에 합격한다고 해도 최근의 취업난을 감안하면 허울 좋은 간판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전문대 유망학과에 눈길을 돌리는 것이 현실적이다. 취업이 잘 되는 일부 학과는 4년제 대학 못지않은 경쟁률과 합격선을 보이기도 한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에 재입학하는 사례도 적잖다. 따라서 전문대의 취업 정보나 학과 선호도 등을 파악해 지원 여부를 결정한 뒤 전형 정보, 과거 경쟁률 등을 따져보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 점수대별 지원 전략
▲ 최 상위권 : 수능 성적(400점 만점 기준) 365점 이상 최상위권 점수대는 서울대와 연·고대 상위권 학과 및 의예, 한의예 및 약학계열 학과들에 지원 가능한 점수대이다. 이 점수대에서는 영역별 반영 방법, 학생부 등 전형 요소를 우선 고려해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되, 논술고사와 같은 변수를 잘 따져봐야 한다. 올해 수능시험도 최상위권 층이 두텁게 형성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논술고사와 면접·구술고사의 비중은 높을 전망이다. 같은 모집 단위별 지원자끼리는 수능 성적에서 별로 차이가 없기 때문에 논술과 면접·구술고사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 상위권 : 수능 점수 325점 이상 점수대는 서울소재 중 상위권 대학의 인기학과와 지방 국립대 상위권학과에 지원할 수 있다. 서울소재 대학의 경우 한 군은 신중히 합격 위주로 선택하고, 다른 군에는 소신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점수대에서도 서울소재 대학의 경우 논술고사를 시행하는 대학이 많고, 논술 반영비율도 3~10% 정도 되기 때문에 이를 염두에 두고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 중위권 : 300점 이상 점수대는 가, 나, 다군 모두 복수지원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점수대로서 심리적으로 부담이 적은 편이지만, 수험생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기 때문에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논술고사를 치지 않는 대학도 많으므로 이미 결정된 학생부 점수와 수능의 영역별 반영 방법, 가중치 부여 여부 등의 요인을 면밀히 살펴보고 본인의 수준에 맞는 대학에 복수지원 한다면 합격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 하위권 : 230점대 이하는 주로 지방소재 대학들에 지원 가능한 점수대로서 중위권과 마찬가지로 가, 나, 다군의 복수지원이 실질적으로 가능한 점수대이다. 따라서 2개 대학 정도는 본인의 적성을 고려하여 합격위주의 선택을 하고, 나머지 1개는 다소 소신 지원하는 것이 유리할 것으로 판단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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