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에서 한 중학생이 난자당해 살해된다. 이어 같은 반 학생이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자살한 것처럼 보인다. 강력계 형사 추자영(신은경)과 김동욱(문정혁)은 두 학생의 위 속에서 발견된 캡슐 안에 적힌 일기 한 구절을 본 후 동일범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임을 파악한다. 한 달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여진모의 글씨체와 같다는 게 밝혀지면서 여진모의 어머니 서윤희(김윤진)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진모가 미리 써놓은 '6월의 일기'대로 살인사건이 또다시 벌어지고, 진짜 살인범이 서윤희라는 사실을 결코 숨기지 않는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미국에서 남편과 함께 진모를 낳고 행복하게 살았지만, 남편의 사업이 망해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상황. 윤희는 고단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느라 진모에게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 진모는 그 누구에게도, 한 마디도 말할 수 없다. 담임은 물론이고, 친구도 없으며 엄마조차도 자신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다.
진모가 당하는 괴롭힘은 상상 이상이다. 아들이 자살하다시피 교통사고를 당한 후 윤희는 뒤늦게 아들이 학교에서 어떤 '짓'을 당해왔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안타까움과 동정심을 함께 유발한다. 자식을 가진 부모라면 서윤희의 선택에 결코 돌을 던지지 못하게 한다.
아들이 써놓은 일기장을 완성하려는 서윤희가 자영의 조카 준하를 인질로 잡으며 극은 정점으로 치닫는다. 이 영화에는 고민의 흔적이 역력하다. 우선 '왕따'라는 현상을 결코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또 윤희와 진모, 자영과 준하를 통해 애정을 빙자한 부모-자식 사이의 무관심과 일방적인 요구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보여준다. 장르 특성상 무겁게 가라앉을 스릴러 영화임에도 영화는 객석을 배려했다.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양념과 같은 코믹 코드를 적절히 삽입했다. 다만 수사과장에게 맡긴 오버 액션은 불필요한 과잉이라는 생각이 든다. 솔직히 임경수 감독은 전작 '도둑맞곤 못 살아'의 동일 감독임을 의심케 한다.
노골적이지 않게 살인 사건을 보여주는 카메라 구도와 긴장감을 증폭시키는 편집, 무엇보다 배우들의 역량을 충분히 끌어낸 점이 돋보인다. 다만 준하와 진모와의 관계가 시나리오만큼 충분히 설명되지 못했던 점은 아쉽다. 신은경과 김윤진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해줬고, 문정혁 역시 본격적인 영화 데뷔작으로 썩 괜찮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임 감독은 문정혁에게 지금 현재의 그가 할수 있는 적절한 선의 연기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문정혁은 적당히 멋있고, 적당히 귀여우며, 적당히 연기 톤을 유지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행복한 시절의 활짝 웃는 윤희의 가족 사진이 내내 아프다.
영화가 끝나는 순간 탄성처럼 여기저기서 이 말이 흘러나왔다. "'용서받지 못한자'를 보면 아들 군대 보내기 무섭더니, '6월의 일기'를 보면 학교 보내기도 무섭다. "영화를 보면 무관심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 수 있습니다." 12월 1일 개봉.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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