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군부대 이전 '토양오염' 복병 만났다

반환을 앞둔 전국 미군부대의 토양과 수질이 심각하게 오염된 것으로 나타난데다 대구 미군기지에 대한 오염조사도 진행 중이어서 환경 오염도가 미군부대 이전의 최대 복병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9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 연말까지 환경오염조사를 벌일 계획인 전국 32곳의 미군기지 가운데 조사가 끝난 19곳의 대부분(15~16곳) 미군기지에서 국내 토양오염 우려기준과 수질오염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 관계자는 "기름에 의한 토양오염이 가장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현재 조사가 진행중인 대구 등 9곳의 미군기지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 같은 오염은 최근 국회 환노위 소속 김형주 의원(열린우리당)이 공개한 '2005년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조사 실태'에서도 드러났다.

이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지역 15곳 중 14군데의 미군기지 토양에서 등유, 경유, 제트유, 벙커C유로 인한 오염 여부를 나타내는 석유계총탄화수소(TPH)가 기준치보다 최대 100배 이상 초과검출됐다. 또 납은 102배, 구리 20배, BTEX(벤젠·톨루엔·에틸벤젠·크실렌)는 14배쯤 기준치를 웃도는 양이 검출됐다는 것.

수질오염원 경우 중추 신경계를 마비시키고 피부조직을 부식시키는 페놀이 먹는 물 수질기준치보다 최대 100배 이상 초과검출됐고 백혈구 감소 및 경련 등을 유발하는 벤젠은 39배, 발암성 물질인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은 2.7배나 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대구 남구 봉덕동 미군 캠프워커 기지 내 H-805 헬기장과 A3 비행장 활주로 이전에 앞서 진행중인 '한·미 합동 환경오염조사'에서 환경 및 토양오염 수준이 기준치 이상으로 나올 경우 원상복구 후 이전해야 돼 10년을 끌어온 부대이전이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이신학 대구 남구청장은 "환경오염 여파로 자칫 이전작업이 난항을 겪을까 우려된다"며 "만약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더라도 원상복구 시기를 앞당길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29일 대구를 찾은 이재용 환경부장관은 "대구 미군기지 내 환경오염 수준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결과가 나오면 이전작업은 원상 복구가 끝난 뒤로 미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또 "이전예정지가 아닌 대구지역 3곳의 미군기지에 대해서도 환경오염조사를 대대적으로 벌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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