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도전! Travel 라이프]호주 올림픽 성화 봉송로(2)-앨리스 스프링스

'끝없는 대평원' 나만을 위한 무대인 듯

거대하고 신비로운 하나의 바위, 울루루는 볼 때마다 모습이 다르다고 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울루루'가 있는 '앨리스 스프링스'로 가는 길은 그 신비한 모습만큼이나 멀고도 긴 여정이었다.

한국인에겐 다소 덜 알려진 곳이라 긴장과 흥분이 몰려온다. 무려 6번의 '티 스톱(tea stop)'이라 불리는 휴식시간과 1번의 아침식사 시간인 '밀 스톱(meal stop)'이 있는 대장정이다.

중국과 같은 대륙도 아닌 하나의 섬이 이렇게 크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첫 경유지인 포트 오거스타에서 잠시 내려 사진을 찍을 때다. 꽤 오래돼 보이는 교회를 찍으려는 순간 눈 앞에 뭔가가 섬뜩하게 나타났다. 바로 주위의 어둠과 분간할 수 없을 정도의 산발한 얼굴을 한 원주민인 '아보리진'이었다. 술에 취해선지 무슨 말을 하며 다가오기에 깜짝 놀라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쳤다.

새우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할 즈음 눈앞에 뭔가가 지나갔다. 캥거루였다. 제법 큼직한 동물원에나 가야 볼 성싶은 캥거루를 가까이서 보니 신기했다. 옆자리의 수염을 멋지게 기른 할아버지가 "자주 도로에 나타나고 차에 치여 죽기도 많이 한다"고 한다.

20시간 여를 꼬박 달려 도착한 '앨리스 스프링스'. 사막의 뜨거운 열기가 먼저 반긴다. 1871년 대륙 개척을 위한 종단 도로공사를 하던 중 샘을 발견하였는데, 이를 부설공사 책임자 부인의 이름을 따서 '앨리스의 샘(앨리스 스프링스)'이라 한데서 기원한다.

도시는 작고 아담한 시골 마을. 아보리진의 성지(聖地)를 끼고 있어선지 원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노인들부터 청소년들까지 대부분의 아보리진이 거리를 배회하거나 나무 밑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이 궁금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정부로부터 받은 보조금이 많아서 굳이 일을 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도시 북쪽에는 호주-뉴질랜드 연합군의 전쟁기념비가 있는 '앤잭 힐(Anzac-hill)'이 우뚝 솟아 도시 한가운데를 내려다 보고 있다. 먼 남쪽나라 시골마을에서 'KOREA'가 새겨진 한국전쟁 참전비를 보니 새삼 애국심이 돋아나기도 했다.

'울루루' 사파리 투어는 생각보다 힘이 든다. '울루루(영어로 에어즈 락·AYE'S ROCK)'는 앨리스 스프링스에서도 남서쪽으로 340km나 떨어져 있는 세계 최대 단일바위다. 둘레 9.4km, 높이 348m로 지하 6천m에 감춰진 것을 생각하면 드러난 부분은 빙산의 일각. 왜 '지구의 배꼽' 또는 '호주의 심장'이라고 하는지 이해할 만하다.

2000년 6월8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가 100일 간의 호주 릴레이에 들어간 곳이 바로 울루루. 태양이 떠오를 때의 빛에 시시각각 변하는 바위 색깔이 장관이다. 에어즈락 등정에 나섰다. 밑에서 볼 때와 달리 생각보다 가파르다. 줄을 잡은 손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양손을 편하게 움직일 수 있고, 편한 신발을 갖추는 게 필수다. 정상에서 본 모습은 끝없는 대평원이다. 지평선 상에 있는 나만을 위한 무대에 선 느낌이랄까?

'울루루'에서 다시 서쪽으로 35km떨어진 '올가' 바위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카타츄타(Kata-Tjuta)'는 아보리진어로 '여덟 개의 모자'란 뜻이란다. 울루루와 함께 울루루-카타츄타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다. 8개 큰 바위, 36개 작은 바위의 독특한 산의 형태는 화성 속 세계처럼 불가사의한 분위기다.

한낮의 내리쬐는 직사광선은 살을 익힐 듯한 태세다. 같이 간 영국아줌마가 서투른 한국말로 "모자 써, 빨리 빨리"를 외치듯 말한다. 반가운 마음에 물었더니 몇 년 전 한국에 교환교수로 가 있었단다. 지금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정년 퇴임한 후 기념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캠핑장에서 캥거루 고기를 맛보고는 침낭을 베고 밤하늘 별을 보며 잠자리에 들었다.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꼭 만화경 속을 들여다 보다 속으로 빨려든 듯하다.

제갈성준(영남대 경영학과 4학년)

후원 : GoNow여행사(로고 및 연락처)

사진: 1. 앨리스 스프링스 북쪽에 위치한 연합군 전몰비 2. 멀리서 바라본 '올가 산' 3. 에어즈 락 정상에 선 제갈성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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