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군, 이라크 상황에 달려"

부시 "정치적 이유 미군 조기 철수 없을 것"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 철수는 이라크가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역량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다면서 이라크에 혼란을 초래할 정치적,인위적인 조기 철군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애너폴리스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가진 연설에서 "이라크 보안군 전력이 대폭적으로 향상됐으며 이에 따라 미군의 역할도 줄어들고 있다"면서 미군은 이라크군이 자체 안보역량을 갖추도록 훈련과 장비제공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으며 이라크군이 점차적으로 안보분야에서 많은 역할을 떠맡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내에서의 지지도 하락과 이라크전의 장기전략, 미군의 철수일정을 밝히라는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부시 대통령은 이날 구체적인 철군 일정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미군의 이라크로부터의 철수는 이라크내 상황에 달려있으며 '워싱턴의 정치인들이 설정한 인위적인 일정'이 아닌 현지 미군 지휘관들의 판단에 따라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날 연설은 다음달 이라크 선거를 앞두고 이라크 상황에 대한 평가와 미국의 장기전략을 밝힌 것으로 국내의 점증하는 철군주장에 맞서 자신의 전략을 옹호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부시 대통령은 "목적을 달성하기 전에 병력을 철수하는 것은 승리전략이 아니다"면서 미국은 완전한 승리에 못미치는 어떠한 것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철군 시한을 정하는 것은 "미국을 약하게 보이게 하고, 테러리스트들의 전술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된다"며 이라크전 승리를 위한 "미국민의 의지와 결의"를 주문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보안군의 역량이 최근 크게 향상됐으며 이에 따라 미군은 일상적인 순찰 등은 이라크군에 이양하고 테러집단 소탕 등 특수임무에 주력하고 있다면서 현재 120여 개 이라크 군,경찰 전투대대가 대기태세에 있으며 또 다른 80여 개 대대가 연합군과 함께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부시대통령은 "미국은 이라크에서 반군들을 격퇴하고 안정적인 민주 정부를 수립하며 이라크 경제를 복구하는 포괄적인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의 목표는 이라크군을 충분히 훈련시켜 스스로 전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이것은 시간과 인내를 필요로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맞춰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이라크에서 승리를 위한 우리의 국가전략'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이라크 전략 종합 보고서를 공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뒷받침했다.

이 전략 보고서는 이라크 정책 목표 달성엔 시간이 걸릴 것이며, 이라크 정치상황과 이라크 보안군의 여건에 따라 내년 이라크 주둔 미군 병력 규모가 변화할 것으로 예상되나 단언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도 "역대 어떤 전쟁에서 승리도 시간표에 따라 거둔 것은 없으며, 이라크전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미군의 이라크 조기 철군시 이라크 종족·부족 간 싸움으로 인한 혼돈과 중동 민주화를 위한 미국의 지원·지지에 대한 불신이 초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