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풍-다시 '公園 고시' 유감

좋은 말도 거듭하면 짜증스럽게 한다고 했던가? 하지만 되씹지 않을 수 없는 주제도 있으리라.

50여 일만에 한번 더 하려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의 '팔공산 자연공원 고시'가 주제. 거기엔 잘못이 너무 많다. 관심 두는 사람이 귀한 것 같아, 이번에는 조금 자세히 그 실상을 한번 짚고자 한다.

대구'영천'경산의 경계점에 있는 봉우리는 882m봉이다. 그러나 대구시 고시는 897m, 경북도 고시는 987m로 높이에서 오락가락했다. 882m봉에 인접해 대구'경산의 경계점에 있는 897.6m봉과 혼동한 모양.

그러면서 3개 시 경계점 봉우리를 '인봉'이라고 고시했다. 하지만 진짜 '인봉'은 대구 도학동에 있는 579m짜리 봉우리이다. 그 진짜 인봉도 덩달아 '647m 노족봉'으로 잘못 고시돼 있다.

가산권의 현지인들은 다부동 앞 356m봉 일대를 '오계산'(오개산)이라 부르고 있었다. 거기서 가산 쪽으로 더 나가 솟는 466m봉은 '잡사리등'이라고 했다. 하지만 경북도 고시는 466m봉을 '우계산'(牛鷄山)이라고 찍어 놨다.

청통면-산성면은 그 중간에 '신녕면'이 개재해 인접할 수 없는 관계에 있다. 그런데도 고시는 그 경계선에 714m 높이의 '시루봉'이 있다고 했다. 진짜 시루봉은 신녕-산성 사이의 726m봉이다.

대구-청통-신녕 경계에 있는 봉우리는 997m봉이다. 하지만 고시는 거기 있는 봉우리를 '993m 반야봉'이라고 했다. 특히 경북도 고시는 그와 동시에 "신녕-청통 경계에 '1155m 동봉'이 있다"고 했다. 앞뒤가 안맞다. 등산객들이 '동봉'이라 부르는 것은 대구-신녕의 경계에 있는 1167m봉이다.

높이가 1041m라고 고시돼 있는 '서봉'이란 것도 정체 불명이다. 요즘 등산객들이 그 이름으로 가리키는 것은 1150m 높이의 삼성봉이다.

공원고시는 1150m 높이의 '염불봉'이란 것도 있다고 고시해 놨다. 역시 어느 것을 가리키는지 알 수가 없다. 청통-와촌 경계에 있다는 '767m 수봉'도 찾을 수가 없다. 980m짜리 '연화봉'과 '선본재'라는 것도 같은 상황.

고시는 그러면서, 갓바위로 유명한 '관봉'의 높이는 852m에서 745m로 낮춰 놨다.

재에 관한 고시 역시 혼란 일변도이다. 높이 700m 정도의 '한티재'는 해발 725m로 적혀 있다. 높이 950m 가량의 도마재는 '930m 신령재', 높이 800m의 느패재는 '820m 능성재'로 적혔다.

해발 805m 정도인 파계재의 높이는 무려 920m로, 1080m의 느지미재(오도재)는 1150m로 높아져 있다.

주인이 뚜렷한 암자의 이름까지 더러 잘못돼 있다. 동화사골의 '양진암'은 '양전암'으로 오기됐다. '약수암'은 '약사암'으로 틀려 있다. 그런 것은 그 외에도 숱하다.

어떤 산 애호 단체가 새로운 사실을 하나 알려 왔다. 오류로 확인됐던 대구 해안동의 '옻골' 마을 뒷산 표지석 내용이 최근 수정됐더라는 얘기. 참으로 용기 있고 애향심 깊은 결단이라 싶었다.

그 사실을 알려 온 산행단체 역시 그 일대의 중요한 지형들에 잇따라 표석을 세우고 돌보는 등 전래지명 찾기와 애향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대구 동구의 '도평동' 동사무소가 전래 지명 찾기 운동을 벌여 상당한 성과를 거뒀음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사진으로 본 현지 모습에 의하면, 그 동사무소는 골짜기나 재 등의 전래 지명을 찾아내서는 그곳에 목걸이 형 이름표를 달아주고 있었다.

이렇게 민간 산행단체나 조그만 행정기관인 동사무소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사이, 정작 틀린 정보를 고시한 주체는 무대응으로 일관 중이다. 답답해 실무 책임자들을 만나 고시 수정의 필요성을 설득해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팔공산 관리 책임 기관으로서의 자존심을 살릴 줄 알았으면 좋겠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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